에너지경제

‘한진그룹-KCGI 맞대결’ 캐스팅보트 쥐고 있지만 '복잡한 규정' 탓 실제 실력행사 어려워


한진 한진

서울 중구 한진빌딩.(사진=연합)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가 오는 3월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와 정면 대결을 펼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지 관심이 집중된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에서 오너일가 경영권과 관련해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2020년까지 보류하기로 한 데다 의결권 행사를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또 투자목적을 단순투자가 아닌 경영참여로 변경해야 하는 등 절차도 복잡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16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운용위)를 열어 한진그룹을 둘러싼 경영상황을 들여다보고 대주주 일가가 각종 횡령과 배임으로 한진칼, 대한항공의 주주가치를 훼손한 것에 대해 어떤 조처를 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에 대해 검토해서 의견을 제출할 계획이다. 기금운용위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2월 중 다시 회의를 열어 3월 주총에서 어떻게 주주권을 행사할 지 결정한다.



clip20190111153855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해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28.95%)과 KCGI(10.81%)에 이어 3대 주주다. 3월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오는 3월 17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과 조현덕 사외이사, 김종준 사외이사, 윤종호 상근감사의 교체 여부를 결정한다.

한진칼과 KCGI의 지분 구도를 봤을 때 이번 싸움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곳은 단연 국민연금이다. 감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 지분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한진칼과 KCGI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만일 KCGI가 크레디트스위스(3.92%)의 지지를 얻는다고 해도 국민연금이 오너일가 편에 서게 되면 이번 표 대결은 조 회장 측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에서 KCGI를 적극 지지하며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국민연금이 한진칼의 경영에 개입하며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투자목적을 단순 투자가 아닌 경영 참여로 바꿔서 신고해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투자목적이 단순투자의 경우 5%룰 적용을 면제받는데, 이를 경영참여로 바꾸게 되면 지분 5% 이상 보유한 기업에 대해 지분이 1% 이상 변동될 경우 5일 이내에 신고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가 뒤따른다.

또 10% 이상 보유한 종목에 대해서는 6개월 이내에 발생한 주식 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기업의 경영참여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작년 7월 "(5%룰, 10%룰 같은) 조항 때문에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를 자제하자고 했다"며 "6개월 이내 수익반환 등의 의무가 없어진다면 적극적으로 경영참여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연금 사옥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아울러 작년 7월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선언하긴 했지만,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2020년에나 가능하다는 점도 이번 주총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직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기금운영위원회 의결 등 절차나 범위도 복잡할 뿐더러 가이드라인도 정비되지 않아 당장 주주권을 행사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5%룰이나 가이드라인, 절차 등이 정비되고 실무 부서 간에 의견을 조율해봐야 (주주권 행사 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의결권을 행사하는데도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6월 대한항공에 경영진 일가의 일탈 행위 의혹과 해결 방안 등을 요구하며 공개서한을 발송했지만 그 뒤로는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 이 사안에 정통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 일가가 현재 재판을 진행하고 있고, 괜히 자신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연금사회주의 같은 불필요한 논란만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며 "이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 보다는 조용히 있는 쪽을 선호하는 눈치다"라고 전했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저작권 ⓒ에너지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드로이드앱 다운로드

Copyright ⓒ ekn.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