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풍력발전 주민 수용성 강화", 업계 "국내 기업 육성이 우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1.13 18:54
정부 "풍력발전 주민 수용성 강화", 업계 "국내 기업 육성이 우선"

-산업부, 풍력설비에 ‘탄소인증제’ 도입, 풍력발전기 인근 5Km 지역 지원 방안 발표

-"국민 수용성 확보로 풍력개발이 보다 원활해지면 풍력업계 일감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

-업계 "취지에는 공감, 대부분 외국산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효성 의문"

풍력발전

▲해상풍력 발전기 [사진제공=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정 기자] 정부가 풍력설비에 ‘탄소인증제’를 도입한다. 환경성을 갖춘 업체를 적극 지원하고 풍력발전기 인근 지역 지원 확대 등 풍력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민 수용성을 높여 풍력개발이 보다 원활해지면 풍력업계 일감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국내 기업 육성이 우선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풍력기업과 간담회에서 풍력의 경우 풍력발전소 바로 옆에 사는 주민들이 소음 민원을 제기해 설치에 어려운 점을 감안, 지원 범위를 기존 반경 5㎞에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재생에너지 설비의 운영과 제조 과정의 친환경성 확보를 위해 설비의 제조·설치·운영 전주기에 대한 탄소배출량을 계량화해 환경성을 측정하는 ‘탄소인증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설비 제조와 설치과정에서부터 탄소발생이 적은 업체일수록 발주 등에 가점을 더 주는 방식이다. 풍력발전의 친환경성을 객관적 수치로 산출해 온실가스 저감효과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등 보급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부는 탄소인증제 도입 필요성과 효과 등을 조사하는 연구용역과 상세설계를 올해 안에 추진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국내 풍력 시장은 지난해 반등에 성공했는데 아직 최고 수준인 2015년의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내수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환경성과 대국민 수용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풍력업계는 정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이란 반응이다. 국내 제조업체나 개발사 피부에 와 닿는 구체적 방안이 빠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풍력 시장에서 외국산 비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풍력사는 대량생산을 통해 우리보다 제품 가격을 낮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반면 2000년대 후반 현대중공업 등 조선 3사와 중공업 회사가 풍력시장에 진출했는데 지금은 두산중공업, 효성, 유니슨 등 네 풍력발전기 제조사만 남아 있다. 국내 풍력발전기 관련 회사는 2014년 34개에서 2018년 말 27개로 줄었다. 고용은 2424명에서 1853명으로 24% 감소했다.

풍력발전기를 외국사가 제작하면 기자재 공급과 시공은 물론 완공 후 20여 년 동안 운영·유지·보수도 도맡는다. 결과적으로 국내 일자리 창출 기회도 사라진다. 국내 시장에서 실적이 없으니 수출 길도 막히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풍력 발전기 기자재 업체 한 대표는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용량은 원전 1기와 맞먹는 1139메가와트(㎿) 규모인데 이 가운데 국산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베스타스·지멘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외국기업에 좋은 일만 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풍력터빈에 운송 항목을 포함하는 탄소인증제를 도입할 경우 해외 공장에서 제품을 장거리로 날라야 하는 외산 기자재가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우회적으로 국산 풍력터빈 제조업체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기는 한데 그보다 국내 풍력발전 기자재 기업 육성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정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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