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한진칼 주총서 ‘강성부 펀드’와 연대하지 않겠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1.16 15:50

"주주권 행사 여부 2월초 결정...경영참여는 오로지 국민연금 독자적 판단할 것"


박능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오는 3월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일명 강성부 펀드)와 연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경영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기금의 장기 수익성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와 관련해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이하 수탁자책임위)’의 의견을 바탕으로 다음달 초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 기금운용위, 1차 회의...주주권 행사 여부 논의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16일 오전 8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2019년도 제1차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나 행사 범위를 수탁자책임위에서 검토해 보고하도록 결정했다.

수탁자책임위는 기존에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를 자문하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개편한 조직이다. 대주주 일가와 경영진의 사익 편취 행위 등과 관련해 주주활동의 기준이나 범위,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검토하고 중요의결권이나 기금운용본부의 주요 주주활동 이행 여부 등을 결정한다.

이날 2시간 넘게 진행된 기금운용위에서 위원들은 주주권 행사 여부를 수탁자책임위에 부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이후 개별 기업에 대해 주주권 행사를 논의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인 만큼 보다 객관적으로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기금운용위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주주가치 훼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어떻게 평가할건지, 기간은 어디까지로 둘 건지 세세하게 따져볼 사항들이 많다"며 "전적으로 수탁자책임위에서 나온 내용들을 존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수탁자책임위가 복수의 안을 올릴 수도 있고 확실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며 "수탁자책임위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그것에 따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진 한진

▲서울 중구 한진빌딩.(사진=연합)


◇ 국민연금, KCGI와 연대 가능성은 ‘제로’

박 장관은 이날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경영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단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연금의 최종 목표는 기금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 뿐, 사회적인 분위기나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장관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근본적인 취지는 장기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다"라며 "경영참여가 장기 수익성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는 보다 깊은 논의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경영에 개입하며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투자목적을 단순 투자가 아닌 경영 참여로 바꿔서 신고해야 한다. 3월 열리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는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조양호 회장의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2.45%를 보유하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수탁자책임위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2월 초까지 주주권 행사 여부 및 주주활동 범위 등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상범 제363조의 2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을 행사할 경우 주총일 6주 전에 상장사에 이를 제안해야 한다.

사실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쥔 곳은 대한항공보다 한진칼이다.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가 조양호 회장 일가와 정면 대결을 선언한 가운데 국민연금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한진칼과 KCGI의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한진칼의 경우 조 회장(17.84%)을 비롯해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5%로 가장 많다. 이어 2대 주주인 KCGI가 10.81%를 들고 있고 국민연금(7.41%), 크레디트스위스(3.92%) 순이다. 감사를 선임할 때는 대주주 지분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한진칼의 손을 들어줄 경우 조양호 회장 일가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박 장관이 이날 KCGI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어렵다"고 단언한 것도 이같은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사회활동을 하는 사모펀드와 연대하는 것은 어렵다"며 "주주권 행사는 국민연금 스스로 독자적인 판단 아래 결정할 문제다"라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