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구속영장, 공은 법원으로...영장 발부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1.18 18:34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5명 중 3명은 양승태와 근무
명재권·임민성 부장판사, 박병대·고영한 구속영장 기각
양승태 영장실질심사 참여...법정서 입장 적극 피력할듯

▲검찰이 18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꼽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에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양 전 대법원장 모습. (사진=연합)


검찰이 사법농단 사태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벌써부터 영장전담 판사와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소속의 영장전담 판사 5명 가운데 3명이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2명의 판사는 지난달 7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기각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역시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법원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중앙지법에는 박범석(46·사법연수원 26기)·이언학(52·27기)·허경호(45·27기)·명재권(52·27기)·임민성(48·28기) 부장판사 등 총 5명의 영장전담 판사가 있다. 사법연수원 2기 출신인 양 전 대법원장과 25년 안팎의 차이가 나는 후배 법관들의 손에 구속 여부가 달린 것이다.

구속심사는 보통 영장전담판사 5명 중 무작위 전산 배당으로 선정된 1명이 맡는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누가 맡더라도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우선 영장전담판사 5명 중 3명에게 양 전 대법원장은 물론 이날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병대 전 대법관 등 수사 대상에 오른 법관들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사건을 법관 스스로 회피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에 따라 이들 법관은 재배당 신청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이언학 부장판사의 경우 지난달 전산 배당으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를 맡게 되자 과거 근무 인연을 이유로 재배당을 요구했다. 이 부장판사는 2009∼2010년 박 전 대법관이 서울고등법원 재판장으로 근무할 당시 배석판사였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자택 압수수색영장 등을 기각하기도 한 그는 2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이언학·박범석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 시절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했다. 허경호 부장판사는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일할 때 양 전 대법원장이 북부지원장이었다. 2014∼2015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낸 강형주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의 배석판사 출신이기도 하다.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 근무경력이 없는 명재권·임민성 부장판사는 상대적으로 양 전 대법원장과 거리가 먼 편이다.

이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대거 기각해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제기된 작년 9월 이후 영장전담 재판부에 합류했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해 처음으로 ‘사법농단 의혹’의 몸통에 대한 강제수사를 가능케 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1998년 수원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서울동부지검, 청주지검 등을 거친 뒤 2009년 수원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관으로 새 출발을 했다.

임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로는 유일하게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2002년 광주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수원지법, 서울고법, 대전지법 등을 거쳤다.

그러나 이들 역시 지난달 7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때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피의자의 관여 정도나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영장 기각의 이유였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도 어떤 판사가 심사를 맡든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기류가 흐른다.

박·고 전 대법원 구속심사 때와 같은 기준으로 증거가 다수 확보됐다는 점, 전직 대법원장이라 주거·직업이 일정하다는 점 등을 들어 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이 영장실질심사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당초 양 전 대법원장이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그는 심사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검찰 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양 전 대법원장은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22일 또는 23일 이뤄지고 구속 여부는 당일 밤늦게 또는 자정을 넘겨 결정될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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