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기업들, 경제정책 입법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1.21 10:44

법무법인 준평 김이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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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할 여지가 없는 순수한 희열의 하나는 근로 후의 휴식이다." 임마누엘 칸트의 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좀처럼 그러한 순수한 희열을 느끼기 어려웠던 것 같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이 2016년 기준 2052시간으로 OECD 가입국 중 2위를 차지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법에 의하면,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의미하며(법 제2조 제1항 제7호), 1주 최대 근로가능 시간은 휴일근로와 연장근로를 포함하여 52시간이다(법 제53조). 이로써 1주 최대 근로가능 시간이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16시간 단축되었다.

하지만 개정법의 시행으로 국내 기업들의 사업장엔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기업이 입을 타격을 완화하겠다며 기업 규모별 단계적 시행을 도모하는 경과규정을 마련했고, 단속 및 처벌을 6개월 간 유예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해 말 또 다시 단속과 처벌의 유예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 받는 기업 4곳 중 1곳은 여전히 근로시간 단축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렇다면 정부가 발표한 계도기간은 법률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로제를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일까? 원칙적으로 검찰은 여전히 형사소송법상의 기소독점주의(형사소송법 제246조)에 근거하여 개정법을 위반한 기업들을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법원 또한 개정법에 근거하여 기소된 기업들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정부의 위와 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개정법은 이미 공식적인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기소편의주의(형사소송법 제247조)에 근거하여 일정한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재량적 권한 또한 가지고 있다. 따라서 행정부 소속인 검찰은 정부가 주52시간 근로제의 갑작스런 적용으로 사업장에 초래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연장하는 입법을 추진함과 동시에 행정부 내부 합의를 통하여 개정법에 의한 단속과 처벌을 유예하기로 한 결정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기소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준수 여부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일정기간 유예된 것일 뿐, 결국 그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여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근로자로 하여금 주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로를 하게 하는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 결코 가볍지 않은 범죄 행위에 해당하며(법 제110조 제1호), 실제로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주 68시간의 근로시간 제한이 적용되어 온 최근 3년 동안에도 연장근로시간 위반으로 신고된 사건 272건 중 기소된 사건이 195건에 이른다는 점을 숙지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정부는 현행 3개월까지 인정되는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입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탄력근로제는 근로기준법 제51조에 근거를 둔 제도로 특정일의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날의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정기간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노동시간에 맞추는 방식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사업장에서의 타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고려될 수 있는 제도다. 정부의 입법으로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이 확대된다면 기업들은 보다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정부의 입법활동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또, 탄력근로제, 유연근무제, 재량근로제 등 자신들의 사업장에 적합한 근로형태를 검토하고, 입법과정에 실무자의 관점에서 제도의 문제점 및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참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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