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순의 눈] 어른들이 모른다고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1.23 10:39

산업부 정희순 기자


근래 들어 유튜브를 시작했다며 ‘구독’해 달라는 요청이 일주일에 한 번씩은 오는 것 같다. 코스메틱 회사에 다니던 대학동기가 회사를 관두고 뷰티 유튜버로 전향한 경우도 있고, 정당에서 일하는 당직자 한 명은 ‘먹방’ 채널 운영을 시작했으며, 방송국에 다니는 아나운서 지인도 최근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컨설팅펌에 다니는 사촌동생은 MCN(Multi Channel Network) 사업을 시작하겠다며 아예 법인을 냈다. 1인 미디어가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얼마 전엔 30년 넘게 방송국에서 PD로 일하다 이제는 정년퇴직을 준비 중인 A 선배를 만났다. 올해로 꼭 예순을 맞은 그는 최근 영상편집 기술을 가르쳐주는 아카데미에 다녔다고 했다. "취미삼아"라고 멋쩍게 말하더니 "1인 미디어가 뜬다기에 뭐가 다를까 싶어 궁금했다"고 덧붙였다.

반평생 넘게 방송국에서 세월을 보낸 그는 ‘OTT(Over the top)’과 ‘1인 미디어’의 부상을 위기이자 기회로 여기고 있었다. 그는 "요즘의 방송 시장 상황을 보면 안타깝다"라면서도 "이제는 누구든 ‘방송국’이 될 수 있는 셈이니 어쩌면 기회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대한민국콘텐츠산업 2018년 결산과 2019년 전망’에 따르면, 올해 콘텐츠 업계는 ‘실버 서퍼(Silver Surfer)’가 주목받을 전망이다. 실버서퍼는 경제력이 있으면서 인터넷, IT 기기를 능숙하게 조작할 줄 아는 장년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해 말 앱 분석업체 조사결과에서도 50대 이상은 20~30대보다 유튜브 이용 시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A 선배는 유튜브 채널을 연다면 5060을 타깃 삼아 이들에게 멋지게 잘 놀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현재 유튜브 등을 통해 공급되는 콘텐츠가 주로 ‘밀레니얼 세대’들을 주 소비층으로만 여기고 있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 A 선배는 활짝 인사하며 이런 말을 했다.

"남은 30~40년 동안 뭐하면서 살까, 하는 걱정은 좀 덜었지 싶어. 원하면 유튜브 채널에서 방송도 계속 할 수 있는 거니까.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인생이 짧은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자꾸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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