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수소, 궁극의 에너지? 어떻게 생산하는지 물어봐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1.23 10:28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이헌석_LEE_HEONSEOK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꼬푸(컵)가 없으면 못 마십니다."


1960∼70년대를 주름잡았던 코미디언 故 서영춘씨의 유행어이다. 아무리 좋은 것들이 널려 있어서도 핵심적인 것들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보면 이 철지난 유행어가 떠오른다. 수소는 전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이다. 우주 전체 원소 중 75%가 수소이다. 지구에도 수소가 풍부하다. 지구 면적의 70% 이상이 바다이다. 물은 수소와 산소의 조합이니 가까운 바다나 강에 가면 얼마든지 수소화합물을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자연 상태에서 수소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경우는 드물다. 공기 중 수소 비율은 0.5ppm 정도로 네온(18.2ppm)이나 헬륨(5.24ppm)보다 수소 함량이 훨씬 적다. 그렇다보니 수소를 구하려면 화합물 형태로 있는 수소를 분리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당연히 이런 작업에는 외부의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수소 생산 기술은 나프타·천연가스·프로판 등을 화학 반응시키거나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모두 열이나 전기가 필요하다. 또 화석연료를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에너지 체계에 종속되어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소의 80% 정도는 나프타·천연가스·프로판 등에서 얻고 있으며, 물을 전기분해하는 것은 20% 정도이다. 제철소의 코크스로에서 발생하는 부생 수소도 일부 생산되고 있으나 그 양은 전체의 0.1% 정도이다.

2000년대 초반 ‘수소 경제’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 인류의 에너지원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탄소 경제’였으나, 이제 신에너지원인 ‘수소’를 중심으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이야기이다. ‘궁극의 에너지’, ‘무한한 에너지’ 같은 표현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지구상에 수소는 얼마든지 있으니 고갈될 염려도 없고 다른 자원에 비해 에너지 밀도도 높으니 수소를 구할 수만 있다면 장밋빛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소 경제 담론에서 빠진 핵심은 수소를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에서 얻는 수소는 ‘궁극의 에너지’와는 거리가 멀다. 화석연료는 고갈을 앞두고 있을뿐더러 온실가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전기 분해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재 우리는 석탄 화력과 핵발전 같은 환경적으로 문제가 많은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설사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한다 할지라도 이는 배터리처럼 전력을 저장하는 매개체일 뿐 새로운 에너지원이 될 수 없다. 핵분열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초고온가스로나 미생물을 이용한 수소 생산 등이 검토되고 있으나 아직 상용화단계도 아닐뿐더러 핵에너지 이용에 대한 논란이나 경제성 문제 등 더 따져봐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은 끊임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시도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발전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과학기술에 대한 과도한 기대, 장밋빛 희망은 오히려 많은 혼란을 가져다준다. ‘수소 경제’를 주창하는 이들의 말처럼 언젠가 기존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은 수소 생산 기술이 개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소에너지에 대한 극찬은 그 때가서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도 꼼꼼히 물어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수소는 어떻게 생산하는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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