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상생형 '광주형 일자리' 타결...현대기아차 반발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1.30 19:06

▲30일 오후 광주시청 중회의실에 이용섭 광주시장(왼쪽)과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전남본부의장이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노사민정협의회는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해 광주시와 현대차의 투자 협상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지방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주도해 '적정임금'으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광주형 일자리'가 30일 마침내 첫발을 뗀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노사상생형' 일자리 방안이 첫 결실이다. 다른 도시, 타 업종으로도 확산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을 예고하고 민주노총도 강력 반발한 바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또한 중앙정부 차원의 사회적 대화 기구에도 악영향을 줄 우려도 나온다.

◇지방정부 주도 노사민정 대타협 첫 결실

이날 광주형 일자리를 위한 광주시와 현대자동차의 투자 협상 타결은 지방자치단체가 노사민정 대타협을 이끌어 낸 일자리 창출 방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정부가 노사민정의 합의를 이끌어 노동자 임금을 낮춰 '적정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중앙정부와 협력해 '사회임금'인 주택과 교육, 의료 등 공동 복지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게 광주형 일자리의 뼈대다.

이는 한국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원인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의 임금 양극화와 노사관계의 불안 등도 포함됐다.

이런 환경에서 '완성차 연간 10만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새로 세우는 투자가 결정됐다는 것은 상당한 성과다.

아울러 단순히 광주의 일자리만 창출하는 게 아니라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해법을 찾고 경쟁력을 높이는 사회대통합의 새로운 모델이 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와 여야가 광주형 일자리에 초당적 지원을 약속한 만큼 다른 지역에 적용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한국GM이 공장을 폐쇄한 전북 군산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겪는 조선업체들이 집중된 경남 거제, 울산 등지에서도 각각 지역형 일자리가 거론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정조원 고용창출팀장은 "광주형 일자리가 선례가 되면 다른 지자체들도 지역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확산할 수 있다"라며 "공장 설립 투자에 부담을 갖는 기업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광주에 기아차 공장이 있지만 이번 투자를 결정한 것은 기존 임금으로는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생산하면 수익성이 없지만 '반값 임금'이라면 채산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조업 '국내 유턴'·다른 산업 확산 여부 주목

광주형 일자리가 초기 합의대로 '적정임금'을 유지해 성공을 거둔다면 고임금·노사불안 등에 따라 해외로 공장을 옮긴 제조업체들의 국내 유턴을 이끄는 여건을 마련할 수도 있다.

광주형 일자리 투자유치추진단에 참여한 백승렬 어고노믹스 대표는 임금과 노사관계의 혁신 모델이 안착하면 장기적으로 제조업의 국내 유턴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자동차 이외 제조업 분야에도 적용될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한계에 봉착한 자동차 업종에서 비롯한 것이라서 다른 업종 적용까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며 "또한 지자체가 의지를 갖고 나선 모델이라 기업이 먼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광주형 일자리의 모델인 독일 폴크스바겐의 '아우토 5000'과 GM의 '이중 임금제'는 모두 자동차 업종이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업종은 고임금에 강성노조가 있어서 적용되는 것이지만 다른 업종은 상황이 달라서 확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항구 선임연구원은 또 "세계적으로 지자체가 운영하는 자동차 업체는 없다"라며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세계 자동차산업 환경과 국내 노사관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제안한 점이 아쉽다"라며 "경쟁사들이 선제적으로 고용 조정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 차종과 물량을 조정하는 가운데 일자리 창출을 담보로 신규 투자를 추진하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자동차산업의 현실을 고려하면 노사 협력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충분히 구축하면서 생산의 유연성을 확보한 뒤 기존 근로자 임금은 동결하고 신규 채용 근로자 임금은 낮추는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정부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는 민주노총의 합류를 요구하면서 광주형 일자리에서는 민주노총이 배제된 채 진행한 것은 사회적 대화 기구에도 부정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지역사회의 노동자 일자리 차원에서 보면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노동계 핵심 주체인 현대차 노조가 파업한다는 점에서 실질적 노사민정 타협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노중기 교수는 또 "경사노위에서 전체 노동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데 한쪽에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라고 압박하면서 한쪽에서는 배제하면 사회적 합의를 하지 말자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광주형 일자리 성사를 거듭표명하자 현대차 노조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광주형 일자리 추진보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재가동을 검토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현대차 노조는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수소차,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기존 내연기관에서 첨단기술로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값싼 전기차가 판매되면 광주형 일자리 경차 생산공장은 가동도 못 해보고 폐쇄를 논의해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지성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