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오는 3월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투자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총안건에 대해 주총 전에 찬반 의결권을 사전 공시하기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7일 비공개회의를 열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주총 개최 전에 미리 공개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의 후속 조치다.

국민연금이 투자기업 주총에 앞서 의결 예정 안건에 내린 찬반 결정내용을 사전에 공개하면 의결권 행사의 실효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연금의 주총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특히 국민연금은 주총안건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하기로 정하면 반대이유도 충실하게 밝혀서 의미 있는 정보를 시장관계자들에 제공하고, 다른 주주들이 참고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사전공시 대상은 '국민연금이 10% 이상의 지분율을 가진 기업이나 국내주식 자산군 내 보유 비중이 1% 이상인 기업의 전체 주총안건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한 안건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투자기업은 2018년 말 기준으로 100개 안팎에 달한다.

그간 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의결권 행사 내용을 주총이 끝나고서 14일 이내에 공개했다. 다만 수탁자책임전문위 전신인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논의 안건 중에서 의결권전문위가 공개하기로 결정한 사안만 주총 전에 공개했다.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 644조원이 넘는 돈을 굴리는 '큰손'이지만, 그간 '주총 거수기', '종이호랑이' 등의 조롱을 받았다.

해마다 주총에서 찬성표만 던지고 반대의견을 거의 제시하지 않은 데다,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안건이 주총에서 실제 부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도 불구하고 실제 주총에서는 여전히 힘을 쓰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2천864건의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이 중에서 찬성이 2천309건(80.6%), 반대는 539건(18.8%)이었다.

특히 반대의결권을 던진 주총안건 539건 중에서 실제 국민연금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겨우 5건에 그쳤다. 반대의결권을 관철한 비율로 따지면 0.9%에 불과할 정도로 주총에서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국민연금이 결정한 모든 안건을 주총 이전에 미리 공개하고 다른 주주들이 국민연금과 행동을 같이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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