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국제유가, 올해 들어 13% 상승...미국발 이슈에 출렁출렁
사우디 목표 '80달러'까지는 갈길 멀어...트럼프 '걸림돌'
미국, OPEC 향해 전방위적 공세..'유가담합시 처벌' 입법 추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AP/연합)


"우리는 미국의 에너지 분야에서 혁명을 일궜다. 미국은 이제 세계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1위 국가 자리에 올랐다."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정연설 발언 중 일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김'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미국 셰일오일·셰일가스 혁명과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베네수엘라 국영기업 제재 등 각종 미국발 이슈에만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52달러 수준까지 반등했다. 그러나 미국이 국제유가를 둘러싸고 OPEC을 상대로 전 방위적으로 압력을 강화하고 있어 OPEC의 종주국이자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지는 시간이 날이 갈수록 좁아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 국제유가, 올 들어 13% 상승

올해 들어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도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다. 8일(현지시간)(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08달러(0.2%) 상승한 52.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1월 18.5% 올랐고 연초 이후로는 13.27%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9일 배럴당 60.19달러에서 12월 24일 42.53달러로 30% 급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완연한 회복세다.

최근 3개월간 wti 가격 추이.(사진=네이버 화면 캡쳐)



◇ 결국 유가 올랐지만...사우디 "아직 배고프다"

이처럼 연초 이후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탄 건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산유국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OPEC의 일평균 석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63만 배럴 감소한 3243만 배럴로 최근 6개월내 가장 적은 산유량을 기록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량을 하루 40만 배럴 넘게 감축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실상 주도하는 OPEC과 러시아 중심의 비OPEC 산유국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하루 12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한 점도 국제유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우디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합의한 감산량 이상으로 산유량과 수출량을 줄여 국제 원유시장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사우디가 올해 예산을 안정적으로 지탱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95달러까지 올라야 한다. 그러나 사우디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금융 자산을 감안해 80~85달러 수준이 적정 유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연중 최고가는 10월 3일 기록한 86.29달러였다.즉 사우디 입장에서는 현재의 유가 상승세에 절대 만족하지 못할 뿐더러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미중 무역 분쟁 등 악재 속에서도 국제유가를 작년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감을 안고 있는 셈이다.


◇ 사우디의 최대 걸림돌...'저유가' 외치는 트럼프

사우디의 심기가 불편한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국제유가를 움직이는 주 세력은 '사우디'보다 '미국'이다.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까지 불거지면서 꾸준히 하락 압력을 받았다. 여기에 미국이 최근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에 자산 동결, 미국인과의 거래 금지 등의 제재를 가하면서 원유 시장의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물량 가운데 약 절반을 수입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이에 이번 제재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됐다.

여기에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공급 측면에서 국제유가를 좌우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은 텍사스, 뉴멕시코, 노스다코타 등지에서 수압파쇄(트래킹) 공법으로 셰일 층에 저장된 원유를 뽑아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주간 단위로 미국의 석유 수출량이 수입량을 상회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오는 2027년까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 미국의 원유, 천연가스 수출액이 수입액을 초과하며 약 70년 만에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는 점도 사우디 입장에서는 불안 요인이다. 1953년부터 에너지 순수입국이었던 미국이 순수출국으로 등극하면 국제유가 시장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입김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단연 '저유가'다. 유가를 내려 민간소비를 촉진하고 미국 경기를 부양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차기 대선을 앞두고 유가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사우디의 '감산'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우리는 미국의 에너지 분야에서 혁명을 일궜다. 미국은 이제 세계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1위 국가 자리에 올랐다"고 자화자찬한 것도 앞으로도 국제유가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 갈 곳 잃은 OPEC...미국, 유가 담합행위 처벌 추진

여기에 미국 의회는 OPEC의 유가 담합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미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지난 7일(현지시간) OPEC 회원국이 반독점법을 어기면 미 법무부가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인 일명 '노펙(NOPEC)' 법안을 내놨다. 이 법안은 조만간 하원 표회의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 하원 법사위원회도 OPEC의 담합행위를 미 법무부가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같은 이름의 법안을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하원 법사위원장인 제럴드 내들러 의원은 "(OPEC 회원국들은) 석윳값을 정하고 유가를 부당하게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원유생산 제한을 고의로 공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수차례 OPEC의 유가 담합 행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던 만큼 노펙 법안은 이번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해당 법안은 OPEC이 러시아를 비롯한 비회원 산유국 10개국과 새로운 석유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OPEC은 오는 1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비회원 산유국과 협력 관계를 공식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새 협정은 제시된 안은 OPEC이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과 생산량을 결정하고 이행을 점검하는 식으로 최장 3년간 협력관계를 이어가되 법적 구속을 받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미국의 원유 수출 제재를 받는 이란은 이번 협력이 사우디와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노펙 법안이 통과되면 국제 원유 시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그 계획이 좋겠지만 트럼프 대통령 아래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와 OPEC의 유착을 경계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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