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송진우 기자 |
"가야 할 길인 것은 확실했다. 언제 가느냐가 문제였을 뿐. 누군가가 총대 매고 했어야 할 결정을 현대중공업이 내렸다."
자칭타칭 업계 전문가로 불린 사람들은 이와 같이 입을 모았다. ‘다 같이 죽자’ 식으로 시작한 ‘빅3’ 간 출혈경쟁을 삼성 혹은 현대가 애초에 끝냈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지금으로부터 7년 전, 2011∼2012년 한국 조선업을 적자 구렁텅이 속으로 빠뜨린 ‘해양플랜트 악몽’ 배후에 이들이 자처한 저가 수주가 있었다. 실적에 혈안이 된 나머지 최소 4조 원을 받아야 할 프로젝트를 3조 원대에 체결, 일은 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는 사태를 야기했다. 그땐 모두 일단 일감부터 채우고 보자는 심산이었다.
‘빅2’ 체제 전환이 진작에 이뤄지지 못한 아쉬운 목소리도 적지 않다. 좀 더 빨랐다면 지난해 대거 발주된 LNG 운반선 시장에서 선박 값을 보다 높일 수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일본, 중국 등 경쟁국이 기술력 격차에 엄두를 못냈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우리나라 업체끼리 경쟁하면서 제살을 깎아먹은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발주된 143억 달러 규모의 가스선 가운데 131억 달러를 수주,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했다.
달라질 환경에 대한 외부 시선은 달갑지 않다. 우리나라에 호재로 작용할 ‘조선 빅딜’ 사건이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주문할 글로벌 선주들에게 반갑지 않게 작용해서다. 매출 및 가격 경쟁이 초래한 치킨게임 덕분에 싸게 주문할 수 있었던 배를 이제 제값을 주고 사라니, 당연히 곱지 않을 수밖에.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조선업 경쟁국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높다.
‘다 같이 죽자’ 식으로 시작된 경쟁 때문에 실제로 벼랑 끝까지 몰렸었던 게 한국 조선업이다. 실적 발표 때마다 적자를 내는 게 예삿일이었고, 최근 2~3년 동안 일감부족에 순환휴직을 실시하지 않았던 업체가 없었다. 이랬던 한국 조선업이 이제 다시 비상을 준비한다. 그것도 ‘빅2’ 체제로. 현대중공업이 선택한 ‘다 같이 살자’ 해법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지, 업계 안팎에서 건 기대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