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정종오 에너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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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원인을 두고 ‘전기적 충격’에 따른 운용시스템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화재 원인을 두고 정확히 무엇이 문제였는지 파악되지 않았다. 이번 사고 원인 규명은 배터리 문제가 아니라 운영시스템에 있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다만 정부는 공식 입장이 아닌 전문가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에 불과하다며 선을 그었다. ESS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보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설이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보급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등은 자연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날씨가 흐리거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전기 생산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게 바로 ESS이다. 그럼에도 지난해부터 ESS 화재가 이어지면서 가동을 중단하거나 긴급 점검에 나서는 등 재생에너지 보급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화재 원인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최근 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은 21건의 ESS 화재 중 7건이 운용 시스템 오작동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적 충격현상으로 ESS 배터리 내부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갔을 때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은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배터리 온도가 급상승할 때 이상 징후를 경고해 주거나 유사시 전원을 차단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SS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국내 대기업과 시스템통합을 통해 이를 운용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쉽게 말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눠져 있다. 에기평은 이런 종합적 시스템 구성에서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ESS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전기자동차와 스마트폰, 전자제품 등에 모두 동일하게 사용된다. 에기평의 이번 판단은 배터리를 문제로 삼기 어렵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 배터리 제조사들은 ESS 화재가 배터리와 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그동안 펼쳐왔다. 다만 배터리 온도가 왜 비정상적으로 과열되는 지에 대해서는 원인이 파악되지 않았다. 물론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오를 때 이를 차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 과정에서 운영시스템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게 에기평의 판단인 것이다. 어느 정도의 문제 해결 접근은 이러졌는데 ESS 화재 원인을 확연하게 파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도 에기평의 조사에 대해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화재가 이어지자 전국 ESS 사업장에 대해 안전진단을 했다. 안전진단을 마친 사업장에서도 불이 계속되면서 결국 산업부는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다중이용시설 등에 설치된 ESS 가동중단을 권고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총 1490개의 ESS 사업장 가운데 339개 사업장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다. 특히 서울에만 백화점과 대학, 병원 등 다중시설 42곳이 포함돼 있어 산업부는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 가동중단을 요청해 현재 모두 가동이 중단됐다.

한편 에기평 관계자도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이 아닌 전문가 의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에기평 관계자는 "공식 조사결과 발표가 아닌 자체 세미나 결과가 외부로 알려진 것"이라며 "조사 연구 결과가 아니라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의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ESS 화재 원인규명을 총괄하고 있는 국가기술표준원은 현재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원인규명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운영시스템 문제라는 에기평 전문가 지적에 대해 그럴 가능성을 얼어 놓으면서도 종합적 문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 정부는 오는 3월말에 화재 원인에 대한 공식 조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는 가능한 빠르면 좋은데 무엇보다 정확히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규명하는 게 더 중요하다. 원인규명과 함께 대책이 나왔을 때 재생에너지 보급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이번 에기평 전문가 의견과 그동안 조사결과를 통해 ESS에 대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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