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기대되는 DMZ관광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2.11 10:28


기자는 1986년 강원도 철원에서 군대생활을 했다. 겨울에는 영하 20도가 기본인 그런 곳이다. ‘제발 철원만은…’이라고 할 정도로 훈련병들의 기피 근무 지역중 한 곳이다. 하나, 휴가 때마다 목에 힘 좀 주고 친구들에게 자랑하던 것이 있었다. "혹시 너는 철원 노동당사 직접 본적이 있냐? 우린 행군할 때마다 본다." 노동당사는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쪽에 있었다.

지난 2013년 다시 철원을 찾아갔던 적이 있다. 정전 협정 60주년을 맞은 철원을 취재하기 위해서인데 정확히 군 제대 후 25년만이었다. 근데 노동당사 앞에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랐다. 가이드는 "몇 해전 민통선이 노동당사 바로 위쪽으로 옮겨갔다"라고 했다. 게다가 민통선 안에 있는 제2 땅굴이나 평화전망대도 사전 신고 없이 신분증만 갖고 가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는 무시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까다롭던 민통선 안 출입이 편리해지다보니 DMZ(비무장지대)주변의 안보관광지를 찾는 사람들이 한 해 170만 명을 넘어섰다. 국방부가 지난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라전망대와 제3 땅굴이 있는 서부전선 안보관광지를 방문한 사람들은 모두 52만7000명에 이른다. 서울에서 가깝다보니 외국관광객도 19만9928명이나 다녀갔다. 중부전선철원 평화전망대와 제2 땅굴에도 17만8000여 명이 찾았다.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를 방문한 사람도 63만1312명이나 된다. DMZ주변을 보고파하는 일반인들의 욕구가 넘쳐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찾아온 지난 해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DMZ관광을 즐겼을 것으로 추측된다.

올 해 들어서 ‘DMZ관광자원화’는 더 힘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달 30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LoveforDMZ캠페인’을 시작했다. 190개국 약 5만8000명에게 손가락 하트와 소망메시지를 받아 임진강 독개다리 위에 설치해 한반도에 깃든 평화 분위기를 전파하고 있다. 임진각 일대는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도 많이 찾는데 아마도 새로운 ‘DMZ안보관광지’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7일에는 행정안전부가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 관광 활성화를 위해 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내년부터 2022년까지 인천시 강화군에서 강원도 고성군까지 접경지역 10개 시·군에 걸쳐 456㎞에 달하는 도보여행길을 조성한다. ‘통일을 여는 길’로 이름 붙여진 이 길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처럼 전세계인이 모여드는 길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에 가면 펀치볼이 있다. 6.25전쟁 때 유엔군과 중공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다. 여기에도 곤돌라와 전망대,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하늘길’을 조성해서 생태관광지로 만들 방침이다. 경기도 연천과 포천, 강원도 철원 일대 한탄강 주변의 주상절리 협곡에도 생태체험 공간을 조성한다.

관광업계와 해당 지자체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밀어붙이기식 관광 인프라 구축이 결국 DMZ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자연환경을 파괴할 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미 환경단체들은 "생태계의 보고인 DMZ를 위태롭게 하는 난개발이 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DMZ 보존과 관광자원화는 사실 양립할 수 없다. 길을 내고 사람이 다니다 보면 어느 정도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세계에서 유일한 관광자원인 DMZ를 그대로 남겨둘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많은 사람들이 DMZ를 찾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좀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DMZ를 관광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어서다.

오는 2월 말의 북미정상회담, 3월이나 4월로 점쳐지고 있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예정돼 있다. 지난 해 9.19 군사합의에 따라 조만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내에서 일반인들의 자유왕래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DMZ는 곧바로 세계인의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대한민국 관광의 핫 플레이스가 될 것이 분명하다.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자연환경 파괴를 최소화해서 DMZ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기를 기대해본다.

이석희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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