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부, 송유관에 평균 41% 관세율 예비판정
지난해 대비 3배 높아진 관세에 수출 '빨간불'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미국 상무부가 또 한국에서 생산·수출한 송유관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59% 수준에 이르는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전체 수출량 감소 및 업체 마진율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 "이미 예상했지만 해도해도 너무하다" 식으로 볼멘 소리가 나오는 한편,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1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최근 한국산 송유관 반덤핑 관세 연례재심(2016~2017년)에 대한 예비 판정 결과를 공개했다. 관세율은 넥스틸 59.09%, 세아제강 26.47%, 현대제철 등 기타 업체 41.53%로, 지난해 대비 최소 1.5배 최대 3배 이상 높아졌다.
반덤핑 관세는 수출국(한국) 시장 가격보다 저렴하게 제품이 수출돼 수입국(미국) 산업에 피해를 야기했을 때 그 가격 차이(덤핑마진)만큼 관세를 매기는 제도로, 미국 상무부가 자의적인 관세 부과를 가능케 한다.
올해 반덤핑 관세 부과의 이유가 된 것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특별시장상황’(PMS, Particular Market Situation)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송유관의 원료 ‘열연’ 제품을 보조하고 중국산 열연이 한국에 덤핑돼 가격이 정상보다 낮다고 판단했다. 또 포스코 등 열연 공급업체와 송유관 생산업체 간 전략적 제휴가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같은 주장을 근거로 산출된 관세율에 대해 강관 및 송유관 수출업체에서 볼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예상치를 웃도는 제재로 피해가 막심하다는 게 골자다. 대미 수출업체 중 상위 순위권에 속한 넥스틸 측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관세로 원가가 높아지면 마진율 자체가 적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트럼프 대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부터 보호무역 주의를 심화, 강관 및 송유관에 대한 수출 제재를 시행했다. 2017년 초기 자국 내에서 송유관 건설에 필요한 철강재를 모두 미국산으로 제한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수출한 송유관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 과거 수출량의 일정 부분만 수출이 가능하도록 제한한 ‘쿼터제’ 시행까지 병행하면서 미국 수출에 상당한 제약을 걸었다.
중소 강관업체에 보호무역주의 피해가 집중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다. 국내 철강업체 중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을 주로 수출한 곳은 세아제강, 넥스틸, 휴스틸 등으로 중견 및 중소회사에 속한다. 이들이 생산한 유정용 강관, 송유관은 대개 80~90% 미국 시장으로 수출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대형사의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3~4% 정도로 낮은 편이다.
강관업체 관계자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며 "최근 미국이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 수요가 대폭 늘었지만 하필 이 시기에 강도 높은 제약이 가해져 수혜를 누릴 수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결과를 반영해 관세율이 낮아지길 기대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송유관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관세율의 연례재심 최종판정은 오는 7~8월께 미국 상무부에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CIT는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때 사용한 반덤핑 조사기법 PMS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정한 바 있다. 현대제철, 넥스틸, 휴스틸, 아주베스틸, 세아제강, 일진 등 우리나라 업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우리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상무부는 오는 4월까지 이 판결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연구위원은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제재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던 바, 같은 연속성 상에서 책정된 관세율로 봐야할 것 같다"며 "업체 차원에서 다시 송유관 건에 대한 CIT 제소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관세율을 내리기 위해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으로 수출할 때 공격적으로 물량 공세를 할 수 없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