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조, 20일부터 단체행동…판교 IT업계 ‘들썩’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2.11 14:47

▲네이버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앞에서 단체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네이버 노조가 20일부터 단체행동에 돌입한다고 11일 밝혔다. 네이버 노조 측은 사측과 근로 조건 개선 등을 주된 골자로 협상을 벌여왔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네이버 노조의 이러한 움직임이 국내 IT업계가 집결해있는 ‘판교 밸리’의 조직 문화 변화에 마중물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네이버 노조, 파업 카드 ‘만지작’…20일부터 단체행동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은 11일 오전 11시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행동 돌입을 선포했다. 네이버 노조 오세윤 지회장은 "오는 20일 그린팩토리 본사 1층 로비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첫 공식 쟁의행위를 펼칠 계획"이라며 "3월 말경 IT업계 및 상급단체인 화학섬유식품노조 산하의 노동조합들과 연대한 대규모 쟁의행위까지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가 지금과 같이 노동 3권을 무시하는 태도를 지속하고 대화의 창을 열지 않는다면 결국 노조는 가장 강력한 단체행동권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서비스 중단이 우려된다면 서비스를 만드는 노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진실된 자세로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네이버 노조는 그간 사측에 △입사 후 2년 만근 시 15일 리프레시 휴가 △남성 직원에게도 출산 전후 휴가 제공 △전 직원 대상 인센티브 지급 기준 설명 등 회사의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여러 차례 교섭을 진행해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달엔 두 차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도 거쳤지만, 사측이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이마저 결렬됐다.

이에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네이버, NBP, 컴파트너스 소속 노조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그 결과 네이버 96.06%(투표율 97.98%), NBP 83.33%(투표율 97.96%), 컴파트너스 90.57%(투표율 100%)의 찬성표를 얻어 이번 쟁의를 진행하게 됐다.


◇ 협정근로자 문제로 노사 ‘팽팽’…네이버 블랙아웃 오나

네이버와 노조 측이 대립하는 최대 쟁점은 협정근로자(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는 근로자) 범위 지정 문제다. 사측은 24시간 운영되는 인터넷 서비스의 특성상 협정근로자 지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하지만 이날 노조 측은 "회사가 원한 협정근로자 범위가 전체 인원의 80%에 달한다"며 "교섭결렬의 원인으로 협정근로자 지정을 드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기준 네이버 직원 수는 3400여 명으로, 이중 노조 인원은 약 12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만일 이들이 단체행동을 할 경우, 네이버 서비스에 차질이 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지회장은 "시작부터 파업을 원하는 노동조합은 없다"면서도 "(최악의 경우 일어나는) 파업은 회사가 선택한 결론"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관련 업계는 네이버의 단체행동 돌입이 IT기업에 ‘나비 효과’를 불러오지 않을까 주목하고 있다. 앞서 네이버 노조는 지난해 4월 국내 IT전문기업 최초로 노동조합을 설립하며 업계 주목을 받았다. 이후 9월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10월엔 카카오와 안랩에서도 연이어 노조가 출범했다.

판교에 위치한 IT기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는 "네이버 노조의 이번 쟁의 돌입은 IT업계가 성숙기에 접어든 것을 의미하는 좋은 징조 중 하나"라면서도 "다만 대중적인 사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 파업까지 불사하며 서비스에 차질을 불러일으킨다면 비판적인 여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순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