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정체…중저가 폰, 대안될 수 있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2.11 16:00

▲삼성전자가 지난달 25일 출시한 ‘갤럭시 A9 프로’. 사진 제공=삼성전자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중저가 스마트폰(이하 중저가 폰)이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중저가 폰은 40만 원 이상∼80만 원 미만의 가격대로 형성된 스마트폰이다. 그동안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기능이 떨어져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80만 원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하 프리미엄 폰)급 기능을 갖춘 제품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소비자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다만 최근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중저가 폰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에, 무분별한 제품군 확대로 되레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되는 실정이다.

11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4억 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4% 가량 감소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감소세로 돌아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정체에도 불구하고 40만 원(약 400달러) 이상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이 시장은 전년 대비 18% 성장했다. 이는 최근 중저가 폰에도 프리미엄급 사양이 갖춰지면서 싼 가격에도 프리미엄급 제품을 사용할 수 있어 소비자 선택의 폭이 확대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저가 폰에도 프리미엄 기능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2월 말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후면에 쿼드 카메라를 탑재한 ‘갤럭시 A9’을 출시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카메라 기능을 장착했고, 3800밀리암페어시(㎃h)의 대용량 배터리, 돌비 애트모스 음향 지원, 자사의 AI 음성인식 플랫폼 ‘빅스비’를 지원하는 등 고급 기능을 대거 적용했다.

지난달 25일에는 갤럭시 A9과 가격은 같으면서 디자인 측면에서 한층 향상된 ‘갤럭시 A9 프로’를 선보였다. 갤럭시 A9 프로는 ‘갤럭시’ 스마트폰 최초로 제품 전면이 화면으로 덮인 ‘인피티니 오’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LG전자는 지난달 11일 ‘LG Q9’을 내놨다. 50만 원도 채 안 되는(49만 원대) 제품이지만 기존 자사 프리미엄 폰의 디자인과 기능을 최대한 반영했다. ‘LG페이’를 지원하고 AI 카메라 기능을 적용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잇달아 중저가 폰을 내놓는 이면에는 밝지 않은 스마트폰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길어진 프리미엄 폰 교체 주기가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떨어진 수익을 중저가 폰 확대로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애플은 지난해 제품 고가 정책이 ‘역풍’을 맞으면서 중저가(보급형) ‘아이폰’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2016년 저렴한 가격대의 보급형 ‘아이폰5’인 ‘아이폰SE’를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중저가 폰이 스마트폰 시장 정체에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장 기업의 수익 확대에 실효성이 있을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모토로라와 핀란드 노키아가 몰락의 길을 걸은 데에는 마진이 적은 중저가 폰을 집중 판매한 원인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스마트폰 시대로 대변되는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변화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원인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중저가 폰 판매 확대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최근 LG전자도 스마트폰 사업의 지속적인 적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중저가 폰 기종 수는 줄이고 제품의 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기술(IT)업계 한 관계자는 "중저가 폰의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오히려 주력 제품인 프리미엄 폰의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중저가 폰 확대가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기업 경쟁력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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