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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으로부터 위로받고 있다. 김 씨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점검 도중 사고로 숨졌다.(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권세진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전5사 비정규직 2200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기로 했다. 연료·환경설비 운전분야 업무에 종사하는 민간발전정비사 직원들을 통합해 공공 자회사 정규직 형태로 고용하기로 한 것이다. 야당 의원 중심으로 이 같은 정규직 전환이 ‘전형적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는 지난 5일 ‘김용균법 후속대책 당정협의’에 따라 비정규직을 비롯한 근로자 전체 고용안정성과 작업여건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춘 방안을 발표했다. 발전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연료·환경설비 운전 인력의 경우 5개 민간업체 총 2266명(비정규직 436명 포함)을 자회사 등의 형태로 정규직화하기로 했다.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성명을 발표해 "이 같은 당정합의는 지난 25년 동안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발전정비산업의 경쟁체제 도입정책을 포기한 것으로서 정책 안정성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공공기관의 비대화를 초래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발전정비산업의 경쟁체제 도입은 1994년 당시 독점정비업체였던 한전KPS 노조가 파업을 해 발전시설 마비가 우려되면서 정비와 운전분야 경쟁체제 확립을 위해 정권과 관계없이 지금까지 25년 동안 정부가 지속적으로 시행해온 정책이다. 현재 대부분 민간발전정비사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수립된 민간발전정비육성계획에 따라 사업을 시작했다.

홍 의원은 "이 같은 당정합의가 실현되면 운전분야 업무는 새로 세워질 공공기관이 독점하게 돼 경쟁은 사라지고 비용은 상승하며 파업이 일어나면 안전장치도 없게 될 우려가 크다"며 "민간기업들은 연료·환경설비 운전분야 인력을 강제로 빼앗기게 되고 경상정비만 맡게 되는 반쪽 짜리 정비 기업으로 국제 경쟁력을 상실해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와 여당이 재발 방지 대책 대신에 최우선적으로 공공기관을 설립·인수하기로 한 것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소위 ‘영국병’을 연상시킨다"며 "당시 영국은 노동당 집권시기로 친노동정책을 펴면서 최대 자동차 기업인 브리티시 레일랜드와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 까지도 국유화했다. 그 결과 영국경제는 생산성이 저하되는 등 경제체질이 약화돼 1976년에 IMF의 금융지원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공기관이 연료·환경설비 운전분야 업무를 담당한다고 해서 ‘위험의 외주화’ 우려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홍 의원은 "정부가 운전분야 안전대책을 내놓으려면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여기에 맞는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공공기관의 설립·인수라는 선심성 정책을 포기하고 하루빨리 사고 원인과 이에 맞는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정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애초에 발전소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업무는 하나의 공공기관이 하고 있었다가 민영화를 이유로 나뉜 것이기 때문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자회사 통합이 어렵다고 하는데 원래 하나였던 것을 쉽게 민영화하려고 여러 개로 쪼개서 발생한 문제"라며 "강릉 KTX 탈선 사고도 원래 철도공사에서 함께 하던 설계와 운영 업무를 민영화 추진이라는 이름 아래 억지로 나누다 보니 사고가 난 것이고 발전사도 마찬가지"라고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 통합 공공 자회사 설립과 이를 통한 정규직 고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문화가 필요한 업무를 통합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설비 운영·관리는 전문화가 필요한 업종이다. 모든 걸 회사가 다하지 않고 일부 기능은 바깥으로 내주는 이유이다. 전문화된 여러 회사가 경쟁적으로 수행하는 게 유리할 때 발전사는 외주를 준다"며 "원래 한전 KPS라는 회사가 통합 관리했는데 독점적으로 하다 보니 파업을 했을 때 발전사들이 영업에 지장을 받은 적 있다. 이 때 이후로 민간회사가 경쟁적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고 지금까지 그런 상태로 진행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험의 외주화는 별개의 문제"라며 "안전설비가 안 되면 통합자회사를 통해 정규직 고용을 해도 나아질 리 만무하다. 안전시설을 합당하게 하고 위험수당이 제대로 지급되게 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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