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View] 北 풍계리 핵실험장, 고준위 방폐장으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2.13 10:32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전 마지막 모습. 북한이 지난해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2·3·4번 갱도와 막사 등을 잇따라 폐기하며 비핵화 의지를 실현했다. 핵실험장 주변 위성사진의 위쪽 가운데(원 안)에 갱도 폭파 장면을 관측하기 위해 설치한 전망대가 보인다. (사진=연합)


국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준비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지난해 폐쇄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미관계에 이어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긴 한데 장기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상성폐기물처분연구부 백민훈 박사는 13일 에너지경제와 통화에서 "풍계리 지역은 내륙 깊숙한 산악지대에 위치해있으며 단단한 화강암으로 구성돼 있는데다 지하로 깊이 파여있기도 해 방폐장으로 활용하기에 좋은 조건"이라며 "이미 수차례 핵실험으로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이기 때문에 고준위방폐장으로 쓰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를 핵실험장으로 사용한 이유는 해발 2200 미터의 만탑산을 비롯해 높은 봉우리로 둘러싸여 외부 감시를 피하기 쉽고, 암반도 단단한 화강암이라 핵실험으로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5월 24일 4·27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선언에 명기된 ‘완전한 비핵화’의 첫 조치로 풍계리에 있는 북부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백 박사는 "풍계리 외에도 핵시설을 폐쇄하거나 폐기하면 고준위 폐기물들이 상당히 많이 나올 것"이라며 "북한도 이 부분을 처리하려면 처분장을 지어야 한다. 남북이 공동활용할 수 있는 방폐장이 생긴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2차 북미회담 등 정부 간 북한에 방폐장을 짓는 대신 반대급부로 원전을 지어준다거나 하면 경제협력과 완전한 비핵화 추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방폐장 건설 기술 수준은 핀란드 등 방폐장을 짓고 있는 나라에 비하면 60∼70% 수준으로 알려져 기술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핀란드·스웨덴을 따라 지하 500m에 묻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데 기술 격차가 10년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그대로 따라할 수도 없다. 유럽 쪽은 땅이 넓고 인구밀도가 낮다. 운영 중인 원자로가 핀란드 4기, 스웨덴 10기뿐이라 폐기물 양도 많지 않다. 한국은 정반대로 땅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데 폐기물 양은 많다.

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지하처분연구시설이 있는데 지하 120m에 불과하다"며 "실제 고준위 방폐장에 필요한 온도, 압력, 용존산소량 등이 다르다. 방폐장을 만들려면 실제 지하 500m 규모의 연구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아직 사용후핵연료의 매립 방식과 장소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방폐장 지역 선정 작업은 1983년 이래 무려 9번이나 실패를 겪었다. 대부분 지역주민들 반대로 무산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현재 각 원전에 마련된 임시저장시설은 2019년(월성)부터 2038년(신월성)까지 차례로 포화될 예정이다.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아직 공론화 조차 시작도 못하고 있는데다 주민동의를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풍계리를 방폐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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