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세계 1위’ 탈환한 韓조선, 대형 조선사만 호황
중형선 발주 15% 급감 “불리한 시장구조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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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우리나라 중형 조선사들이 갈수록 세계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지난해 한국 조선업이 ‘세계 1위’ 타이틀을 탈환한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선박 발주가 주로 대형 조선사를 대상으로 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1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 LNG 운반선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서 이 같은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수출입은행 해외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개 중형 조선사(성동, 대한, 대선, STX, 한진중, 한국야나세, 연수)에서 달성한 수주실적은 54만 7000CGT로 집계됐다. 2017년 대비 18% 감소한 성적이다.

이들은 마지막 4분기에 중대형 탱커 4척, 피더선(중소형 컨테이너선) 1척, 여객선 2척을 추가로 수주하면서 2017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41% 증가한 실적을 냈지만 전반적인 실적 감소세를 뒤집진 못했다. 4분기에 체결된 수주 계약은 대한조선, 대선조선 등 2곳에 그쳤다. 지난해 우리나라 중형 조선사가 수주한 선박은 23척에 불과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형 조선사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2007년 18% 육박했던 중형선박 수주점유율은 지난해 4.3% 수준으로 급락했다. 2017년 기록한 점유율(5.6%)보다 한층 낮아졌다.

국내 시장에서 대형사와 중형 조선사 간 격차도 더 심화됐다. 2010년 39억 5000만 달러를 수주해 국내 조선시장 점유율 12% 이상에 달했던 점유율은 지난해 4.2%까지 급락했다. 2010년 이후 최저치다. 수주액은 2017년(12억 8000만 달러)보다 13.7% 감소한 10억 8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중형 조선사가 탐낼 먹거리 자체가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선사들이 대형 선박을 선호하게 되면서 중형 조선사들에게 불리한 시장 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 대형 선박을 이용해 한 번에 많은 화물을 적재할 경우, 선사 입장에서 그만큼 운송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에 화물 유치가 용이하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전체 조선시황과 달리 중형선박 시장 발주량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난해 신조선 시장이 대형 LNG선을 위주로 발주 증가가 이뤄졌고, 중형 선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형 조선사의 수주 실적은 호전됐지만 중형 조선사의 실적은 그렇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2017년보다 소폭 증가했다. 전체 발주량은 1.7% 증가한 2860만 CGT로 집계됐다. 하지만 중형 선박 발주량은 999만 CGT 수준으로, 2017년보다 15.6% 줄었다. 전체 시장에서 중형선박이 차지한 비중은 42%에서 35%로 축소됐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일감이 부족한 중소 조선사에 선박을 주문하고 금융을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중형 조선업체가 높은 고정비로 대외적 경쟁력을 상실, 사실상 정부 지원없이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부에서 발표한 ‘조선산업 활력 제고 방안’은 △2025년까지 발주할 LNG 연료추진선 140척 중 40척 공공발주 △중소 조선사 및 기자재업체에 신규 자금 7000억 원 투입 △자금 부족으로 선박 제작에 나서지 못한 업체에 제작금융 3000억 원 지원을 골자로 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비용절감과 시장 장악력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곳이 해운"이라며 "한 번 커진 선박의 사이즈가 다시 작아지거나 회귀하는 것은 극히 드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선 발주가 이미 주류가 된 상황인 것을 인식하고 경쟁력이 약화된 중형 조선사를 구조조정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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