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정희순 기자
'승차감’보다 ‘하차감’이라는 말이 있다. 차를 탔을 때 느끼는 만족감보다 내릴 때 느껴지는 타인의 시선에서 오는 만족감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어쩌면 최근 CJ헬로를 인수한 LG유플러스도 승차감보다는 하차감에 더 무게중심을 뒀을지도 모르겠다. 시세보다 비싸게 샀어도 ‘미디어 강자가 되겠다’는 이미지 하나만큼은 확고히 했으니까 말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CJ E&M이 보유한 CJ헬로의 지분 50%+1주를 8000억 원에 샀다. 원래 옷 한 벌을 사더라도 싸게 샀네, 비싸게 샀네 뒷말은 많은 법. 관련업계 및 증권가에선 비싸게 산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료방송시장에선 인수합병(M&A)의 기준으로 가입자당 가치를 따진다. CJ헬로 가입자 한 사람이 얼마의 가치를 가지느냐가 인수 단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인수에서 CJ헬로 지분 절반 정도가 8000억 원임을 감안하면, CJ헬로의 기업가치는 1조6000억 원으로 평가받은 셈이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유료방송 3위인 CJ헬로의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약 420만 명. 이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LG유플러스는 CJ헬로 가입자 한 사람당 가치를 38만 원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그런데 정말 CJ헬로 가입자 한 사람의 가치를 38만 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CJ헬로의 케이블TV ARPU(가입자당 평균 수익)는 한달 기준 7609원이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디지털 TV ARPU의 경우는 9952원. 업계에서 추산하는 CJ헬로의 ARPU 평균치는 대략 8000원 선이다. 통상적으로 케이블TV에 가입할 때 3년 약정으로 가입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가입자 한 사람당 지불하는 금액은 30만원이 채 안 된다.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세인데다, 기존 CJ헬로 가입자가 약정 기간을 유지한다는 보장도 없다. 업계가 38만원을 비싸다고 보는 이유다.
그런데도 왜 LG유플러스는 인수를 단행한 걸까.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5G 시대 미디어에서 만큼은 우리가 강자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치고나간 것 아니겠나"라고 해석했다. 실제 LG유플러스의 홈미디어 사업은 지속적인 고성장을 기록 중이다. 5G 시대 B2C 사업의 핵심 먹거리는 ‘미디어’라는 건 업계 모두가 안다. LG유플러스의 선택은 현명했을까. 승부는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