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장 고동진 사장. 사진 제공=삼성전자 |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미래를 펼치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21일 오전 4시. 세계가 정적에 잠기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장 고동진 사장(사진)의 손 끝으로 세계인의 이목이 쏠린다.
고 사장은 이날 접는 스마트폰, 일명 폴더블 스마트폰(이하 폴더블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10주년 기념작인 ‘갤럭시 S10’(이하 갤S10)을 세상에 펼쳐보인다. 삼성전자가 내건 미래를 펼치다란 메시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 사장은 이날 새로운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를 알린다.
삼성전자는 21일 폴더블폰을 공개한다. 폴더블폰은 잠시 시연하는 형태로 소개되지만 최근 유출된 광고 영상처럼 완제품에 가까운 폴더블폰이 공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폴더블폰은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이다. 접었을 때 화면(디스플레이)이 4.58인치, 펼쳤을 때는 7.3인치 크기다. 접었을 때는 전화, 메시지 등을 쓰고, 펼쳤을 때는 큰 화면에서 게임과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 인터넷 등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폴더블폰 공개 방식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스마트폰 ‘갤럭시’ 공개(언팩) 행사를 하나의 연극과 같은 공연처럼 기획했다. 그만큼 고 사장의 한 마디, 한 마디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고 사장은 지난해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을 앞두고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사용자 편의’라는 말을 반복했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무얼 하든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것을 내놓겠다"고 했다.
이번 폴더블폰에도 이러한 사용자 편의를 위한 고 사장의 통찰력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중국 기업 로욜이 밖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방식의 폴더블폰을 처음 들고 나왔을 때 고 사장은 ‘인폴딩 혁신’에 집중한 이유다.
고 사장은 접었을 때 화면에서 펼쳤을 때 화면으로 옮겨지는 연결성, 화면의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게 인폴딩 방식의 장점이라고 판단했다. 스마트폰의 특징인 얇은 두께를 위해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아몰레드)의 두께도 혁신으로 줄였다.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연간 실적 추이(단위: 원). 자료=삼성전자 |
고 사장이 이번 행사 장소로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낙점한 것도 그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일각에선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본사를 둔 경쟁사 애플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고 사장은 샌프란시스코의 입지에 집중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개방적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에 맞춰, 이들 지역에서 운영중인 연구개발(R&D) 조직과 이들 지역의 핵심 인력을 활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샌프란시스코 인근에는 수많은 정보기술(IT) 기업·스타트업이 몰려 실리콘밸리가 형성돼 있고, 세계 유수의 UC 버클리와 스탠포드 대학교가 위치해 있다. 삼성전자도 이들 지역에 반도체·부품(DS) 부문 미주총괄본부(DSA),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등을 갖추고 운영중이다. 지난달에는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열기도 했다.
고 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IM 부문은 지난해 4분기, 2016년 3분기 이후 9분기만에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역성장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기술의 변곡점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된다"(2017년 8월 ‘갤럭시 노트8’ 공개 기자간담회). 고 사장의 말처럼 삼성전자 스마트폰 개발 10년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집약된 갤S10, 폴더블폰이 실적 반등의 '무기'가 될 수 있을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향후 10년의 판도를 바꾸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서 폴더블폰의 이점이 불분명하다는 의견이 여전하지만, 새로운 옷이 나올 때도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