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김정주에 드리운 코오롱 이웅열의 '그림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2.20 15:08

▲김정주 NXC 대표(좌)와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코오롱 이웅열 전 회장과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 아무런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둘의 행보가 오버랩된다.

두 사람은 묘한 공통점이 있다. 비슷한 시기 경영권을 내려 놓겠다고 공표하고, 또 이후 각기 다른 이유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오너 기업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조기 은퇴, 그리고 이후 검찰 조사라는 공통 분모로 얽힌 이웅열·김정주 대표에 경제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김 대표의 1조5000억 원대 조세포탈 의혹과 관련한 사건을 조세범죄조사부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달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김 대표를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김 대표는 조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2009~2015년 NXC 본사를 제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해외에 100% 종속회사인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위장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총 1조5660억 원을 탈루했다.

이 단체는 구체적으로 △NXC의 조세포탈 및 페이퍼컴퍼니 현물출자를 이용한 조세포탈 △NXC의 자기주식 소각과 김정주 등의 소득세 포탈 △네오플(넥슨코리아 자회사)의 조세포탈 및 불공정거래 △NXC의 분식회계 및 공정거래법 위반 △코빗(NXC 자회사)의 가상화폐 인수 거래소 개장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넥슨은 이 같은 혐의점에 대해 ‘사실과 다른 터무니 없는 내용’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회사 매각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공짜 주식 논란 굴레에서 벗어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때에 최고 경영진이 검찰 수사 대상에 재차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이다.

또 현재 넥슨은 향후 회사 미래를 결정 짓는 ‘회사 매각’이라는 중차대한 현안을 앞두고 있다. 오너 리스크가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회사 매각 역시 이를 염두에 둔 꼬리 자르기라는 추측마저 나돌고 있다.

다만 앞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017년에도 김 대표 부부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가 검찰이 이렇다 할 혐의점을 찾지 못했었다는 점에서 이번 고발 역시 주장에 그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 대표보다 먼저 경영 퇴진 계획을 외부에 발표하고, 한 발 빠른 검찰조사를 받기 시작한 이웅열 회장은 최근 차명주식 보유사실을 숨기고 이를 몰래 매각한 혐의 등으로 최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물론 김정주·이웅열 전 회장이 얽힌 사건들은 모두 사실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혐의자가 무죄로 추정되는 동안에는 형사절차상의 불이익이나 기본권 제한도 없다. 다만 두 총수 모두 회사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나려 할 때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결과적으로 ‘박수칠 때 떠나는’ 그림을 만드는 것에 실패하게 됐다.


[에너지경제신문=류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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