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태평양물산, 광주신세계 등 주주제안 적극 수용
남양유업 주주제안 거부 논리 타당성 미흡
소액주주, 기관-상장사 의견 대립 속 혼란
"소수의 의견도 OK" 주주가치 제고 의지 등 꼼꼼히 확인

(사진=연합)


다음달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한진그룹 등 상장사들과 주주제안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기업들은 배당확대, 유휴자산 매각 등 주주들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한 후 주주가치 제고나 투자자산 가치 증대 등을 약속하고 있다.

다만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기관투자자와 기업이 같은 안건을 두고도 이견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지 혼란을 느낄 때도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주주제안 거절, 혹은 수용 등 결과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회사 측의 소통 방식,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 기관투자자의 제언 등 양측의 의견을 꼼꼼하게 확인한 후 주총 의결권 행사에 활용하거나 주식 투자에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 태평양물산-광주신세계 스튜어드십코드 모범사례 등극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확대되면서 상장사들과 주주 간에 장기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모범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의류제조기업 태평양물산은 전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제안한 본사사옥 등 유휴자산 매각을 검토한 결과 기업가치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그러면서 태평양물산은 부채비율이 작년 말 기준 266%로 2년 전에 비해 123%포인트 낮아진 만큼 앞으로도 수익 창출에 매진하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유휴자산 매각 불가’에만 초점을 맞춰 태평양물산이 미래에셋운용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태평양물산의 의견에 대해 공감을 표하며 앞으로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래에셋은 작년 11월 말 기준 태평양물산 지분 6.51%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스튜어드십 코드 관계자는 "우리가 제안한 내용의 핵심은 단순히 사옥을 매각하라는 게 아니라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안들을 고민해보자는 것이다"라며 "지난해 태평양물산의 실적이 좋게 나왔고 기업가치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 중인 노력들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도 골프존, 컴투스, 광주신세계 등 상장사로부터 주주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KB자산운용은 골프존을 상대로 지주사에 지급하는 브랜드 로열티율 3.3%가 타사 대비 너무 높은 만큼 이를 하향 조정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주주정책 개선방안 등을 요구했다. 이에 골프존은 지난 15일 브랜디 로열티율을 3%로 변경하고 향후 결산 배당금에 대해 배당성향 67% 한도 내 배당수익률 5%를 기준으로 배당정책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광주신세계 역시 KB자산운용의 주주제안에 대해 배당성향을 전년 4%에서 2018년 11%로 확대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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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적 주주관여의 과정.(자료=교보증권)


◇ 남양유업-한진, 주주제안 회신에도 소통능력 부족 비판

반면 주주제안을 두고 기관투자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허점을 드러낸 기업도 있다. 일례로 남양유업은 지난 11일 배당을 확대하라는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5.85%에 달하는 만큼 배당을 늘리면 그 몫은 대주주들에게 돌아간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50%가 넘는 대주주 때문에 다른 주주들에게도 배당을 더 줄 수 없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인 만큼 당장 배당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주주들을 설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차등배당 등의 방법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CGI(일명 강성부 펀드)의 공격을 받고 있는 한진그룹 역시 ‘비전 2023’이라는 중장기 계획안을 발표했지만 "대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급조된 임기웅변 조치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 똑똑한 주주되기..."양측 입장 확인 필수"

이렇듯 상장사와 기관투자자들이 같은 안건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도 많은 만큼 소액주주들도 어느 편에 서야할 지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상장사들이 기관투자자의 의견을 반대한 이유가 무엇인지, 주주가치 제고나 소통의 의지 등이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내역을 사전에 공지하기로 결정한 만큼 이를 주의 깊게 보라고 강조했다. 또 상장사들이 당초 약속한 내용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렇듯 상장사와 기관투자자간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되면 기업의 경영 투명성 제고는 물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송민경 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주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보다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은 시장 건전성 측면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며 "상장사가 주주제안을 거절했다면 그런 이유가 무엇인지 내막 등도 잘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주주활동은 소극적인 의결권 확대부터 경영참여형 주주제안, 위임장 경쟁 등 적극적인 행보까지 확대될 전망이다"라며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과 장기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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