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SK) |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에 강하게 반발했던 택시업계가 최근에는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인 ‘타다’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타다’를 운영하는 쏘카 측은 무고와 업무방해 등으로 맞고소한 상태다. 택시업계와 스마트 모빌리티 업계 간 갈등이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모빌리티 분야 ‘투 트랙’ 전략은 새삼 눈길을 모은다.
재계 등에 따르면, SK그룹이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에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그룹의 ICT를 이끄는 SK텔레콤에서 티맵 택시 등의 택시 호출 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한편, 지주사인 ㈜SK가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SK는 카풀 중개 업체 ‘풀러스’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으며, 카쉐어링 업체 ‘쏘카’의 지분도 28% 가량 보유 중이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스마트 모빌리티’ 강자를 꿈꾸는 최 회장이 영리한 전략을 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택시 앱 호출 서비스’인 티맵택시는 SK텔레콤을 통해 직접 서비스하지만, ‘승차 공유 서비스’에는 일부 지분만 투자해 택시 업계와의 직접적인 갈등을 모면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SK가 지분을 보유한 ‘풀러스’는 앞서 택시업계의 반발로 심각하게 내홍을 겪은 바 있으며, ‘쏘카’의 경우 이번에 택시업계가 고발한 ‘타다’의 모회사다. 반면 SK텔레콤의 티맵택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업계와 정면으로 충돌할 당시 "카풀 서비스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서비스 개편을 추진해 상당한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군다나 SK텔레콤은 지난달 동남아 최대 승차공유 기업인 그랩(Grab)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동남아 지역에서 관련 사업을 함께 이어가기로 협약을 맺었다.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에서 자율주행, 정밀지도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승차 공유’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국내보다는 동남아에서 먼저 노하우를 쌓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재계 사정에 밝은 ICT업계 관계자는 "택시업계의 반발이 심한 탓에 국내에선 ‘승차 공유’에 대해 섣불리 말을 꺼낼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최 회장이 평소 ‘공유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승차 공유’ 문제에 있어서도 같은 생각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공유경제’의 선구자로 꼽힌다. 기업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기업이 보유한 유무형 자산을 이해관계자와 공유하는 시도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 최 회장의 지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