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조훈현(국회의원, 프로기사 9단)


미래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사람들은 열심히 궁리한다. 그 탐구의 결과가 ‘미래 전망’ 또는 ‘트랜드 몇 년도’의 형태로 발표되면 한층 관심이 가서 훑어 보게 된다.

예전에 작성된 미래 전망을 막상 그 시점이 되어 얼마나 맞는지 추적해 보는 일 또한 재미가 있다. 한 10년 전쯤에 나온 것 중 하나는 지금쯤은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더 잘살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하는 각국의 구매력평가(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 GDP(국내총생산)상 한·일간 격차가 5000달러 정도 되는데 2018년 무렵에는 이것이 역전된다는 얘기였다. 일본경제신문이 그렇게 썼다.

비슷한 시기에 골드만 삭스는 한국은 2025년에 GDP상 세계 9위가 되며, 1인당 소득은 미국, 일본에 이어 3위 수준으로 올라서고 2050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8만1462달러에 달해 마침내 일본을 따돌린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2019년초인 지금 한국인들이 느끼는 경제 상황은 낙관과는 거리가 있다. 저성장의 압박감이 크다.

50년간 계속된 우리의 경제 발전에 자본의 기여가 컸다면, 21세기 들어서는 생산성 향상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기술 혁신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경제 정책에 민간이 아닌 공공 부문이 주도하는 듯한 그림에는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필자는 1953년에 태어났다. 2년후부터 각종 사회 지표의 기준으로 잘 쓰이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도 출생자)’가 시작된다. 올해 나이로 예순넷에서 쉰여섯에 이르는 거대한 인구의 단층이다. 일선에서 한창 은퇴중으로, 이른바 ‘58년 개띠’들도 육십 줄에 들어서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다.

기업의 주축은 그 아래 나이대로 옮겨졌다. 3개월 전쯤 발표된 한 기업정보 분석업체의 집계에 따르면 100대 기업 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나이는 ‘1965년생 뱀띠’라고 한다. 오십넷의 나이. 반도체 쪽은 1965년 이후가 많고, 자동차·기계쪽은 조금 올라가는 차이가 있지만, 한참 일할 나이라고 할 수 있다.

‘65년생 뱀띠’와 12년 차이가 나는 필자가 54세였던 해는 2007년이다. 50세가 되던 2003년초에 마지막으로 세계대회에 우승하고 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해 공식 대국을 65번 해서 42번 이겼고 23번을 졌다. 우승 전선과는 멀어졌지만 승률도 65% 정도로 비교적 괜찮았고 바둑리그에서 여전히 주장급 선수였다.

그 시점보다 12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 1995년으로 가면 그해 전적은 79승 36패였다. 제자인 이창호가 1인자로 올라선 시기로, 그해 필자는 이창호와 34번 싸워 고작 10번을 이겼을 뿐이었다. 무관으로 떨어졌다가 서봉수 9단을 상대로 ‘박카스배’ 타이틀 하나를 건져 우승자라는 체면을 겨우 지켰다. 마흔둘 때였다

프로기사의 나이와 삶은 일반인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예전 일본에서 40대는 되어야 승부에서 원숙미를 더한다고 본 시절도 있었으나, 지금의 일류 고수들은 10대 후반에 이미 정상권에 육박하고 20~25세에 전성기를 맞는다. 30대가 넘어가면 세계대회 우승과는 멀어진다. 2015년 제10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에서 다소 약체로 평가된 자국 기사를 상대로 우승한 중국의 구리 9단의 32세 기록을 제외하고는 최근 15년간 30세를 넘겨 우승한 사례는 없다. 이창호도 30세에 우승하고 난 후에는 준우승만 열 번 가까이 했다.

최근 5년 이상 정상을 지켜온 박정환 9단의 최근 모습에서도 전과는 다른 징후가 느껴졌다. 19일에 벌어진 제20회 농심신라면배 대회 11국의 종반 운영은 허술했다. 이런 형식의 대회에서 한국팀이 2승에 그친 것은 아마 처음이 아닌가 한다. 우승은 중국에 돌아갔는데 5명이 나오는 승발전에서 1패만 당하고 우승하기는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절정의 선수도 내리막을 피할 수 없고, 승자의 대열에 항상 있을 수는 없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나이가 들면 패배가 많아진다. 필자도 그랬다.

58년 개띠들은 물러나고, 65생 뱀띠는 기업의 임원으로들 활동하며, 그 아래 마흔 언저리의 사람들은 나름의 커리어 하이를 향한 오르막을 타고 있을 것이다.

다시 12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필자는 일흔여덟이 됐을텐데. 아마도 그때로부터 10년전쯤 나온 미래 전망들과 현 시점을 비교해 보고 있지 않을까? 은퇴? 지금 일흔여덟 되신 분들이 이 고령화사회에서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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