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감산’ 총력전에...국제유가 ‘으라차차’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2.21 12:23

WTI, 브렌트유 연초 대비 22% 급등...OPEC 감산 호재
나이지리아도 감산 동참...사파니아 유전 폐쇄도 영향
가장 큰 변수는 미국...하반기부터 유가하락 가능성


국제유가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노력과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 등이 맞물리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가 올해 재정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국제유가를 80~85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유가를 떠받치기 위한 사우디의 총력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83달러(1.5%) 상승한 56.92달러에 마감했다.

WTI는 작년 10월 3일 76.41달러에서 12월 24일 42.53달러로 곤두박질쳤던 것을 잊고 최근에는 무섭도록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WTI는 지난 12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올랐고, 연초 이후로는 22% 넘게 급등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 역시 1월 2일 54.91달러에서 이날 현재 67.08달러로 22% 상승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를 주도한 것은 단연 사우디다. OPEC과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는 지난해 12월 유가 지지를 위해 2019년 1월부터 6개월간 하루평균 12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120만 배럴 가운데 러시아를 비롯한 비회원 산유국들의 감축분은 40만 배럴이다.

14개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은 연초부터 감산 약속을 잘 이행하며 국제유가를 떠받치는데 기여했다. OPEC의 작년 12월 일평균 석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63만 달러 감소한 3243만 달러로 최근 6개월 내 가장 적은 산유량을 기록했다.

지난 1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3081만 배럴로 전월과 비교해 79만7000배럴 감소했다. 작년 10월 대비로는 무려 155만 배럴 줄어든 수치다. 1월 OPEC의 감산이행률은 86%였다. 이 중 사우디는 12월 원유 생산량을 하루 40만 배럴 넘게 감축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35만 배럴을 감산했다.

사우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미국 주간 석유시장 데이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미국향 수출도 줄이는 한편 러시아와도 긴밀한 공조를 약속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국제 원유시장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두 정상은 주요 원유 생산·수출국인 러시아와 사우디 간의 공조를 계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사우디의 요청 속에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도 산유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한데다 전력 사고로 세계 최대 유전지대 중 하나인 사우디의 사파니아(Safaniyah) 유전을 일부 폐쇄했다는 소식도 국제유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파니아 유전은 일일 최대 150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것이 가동 중단되면서 사우디발 감산에 힘을 보탰다. 사파니아 유전은 이르면 3월 초 재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려는 사우디의 이같은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유가를 80달러 수준까지 끌어올려야만 재정적자를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사우디가 올해 재정적자를 면할 수 있는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0~85달러 수준이다. IMF는 현재 사우디의 스프레드(사우디 국채의 가산금리)가 매우 작기 때문에 자금조달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국제유가를 80달러 수준까지 끌어올리지 못하면 국가재정에 회계상으로 영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변수는 단연 미국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있다. 하반기부터는 미국의 파이프라인 증설로 원유 생산량이 확대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인프라 확충으로 미국이 2020년 말부터 석유 순수출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유가를 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셰일혁명 이후 원유 생산이 급증한 지역과 전통적으로 정제활동 및 수출활동이 일어나는 지역 간의 거리가 멀어 퍼미안, 바켄 분지 유가는 벤치마크 가격 대비 상당 부분 할인을 받았다"며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파이프라인 용량 부족 문제가 해결되면서 미완성 유정 수가 줄고 증산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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