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해도 ‘남북경협주’ 이름만 걸치면 오너는 '대박'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2.21 16:56

대아티아이 대표 평가차익 123억원...실적은 감소세
아시아종묘 2년 연속 영업손실...대표는 차익 120억원
글로벌세아, 인디에프 주식 매도로 200억원 상당 현금쥐어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6월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공동합의문에 서명한 뒤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


"생큐! 트럼프·김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아티아이 등 남북경협주가 연일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실적이 형편없거나 북한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도 주가가 급등하면서 관련 기업 대표들만 최대 수백억원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남북경협주와 대주주 지분율, 주가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차 북미정상회담 소식으로 가장 큰 평가차익을 얻은 인물은 최진우 대아티아이 대표다. 남북철도주로 분류되는 대아티아이 주가는 작년 12월 말 8210원에서 이달 20일 현재 9330원으로 13.6% 올랐다. 이로 인해 대아티아이 주식 15.51%(1103만5640주)를 보유한 최 대표는 123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다. 현재 최 대표의 주식 평가액은 1029억원에 달한다. 다만 대아티아이의 실적은 다소 부진했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0억7728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넘게 감소했다. 대아티아이 측은 "당사는 남북경협과 무관하다"며 "해외 사업이 초창기다보니 매출이 줄면서 영업이익도 감소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종묘를 이끌고 있는 류경오 대표(지분율 33.05%)도 영업적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남북경협 이슈로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 농업협력·지원 관련주인 아시아종묘의 주가는 이달 20일 현재 9820원으로 작년 말(5900원) 대비 66.4% 급등했다. 이로 인해 류 대표의 주식평가액은 작년 말 179억6820만원에서 이달 현재 299억원으로 12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 아시아종묘는 작년 10월 중국 대련 광윤농업발전 유한공사를 통해 북한에 총 10톤의 종자를 지원하며 남북경협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17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실적 호조와 주가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CEO도 있었다. 대북 송전 관련주로 꼽히는 제룡전기는 작년 말 8330원에서 이달 현재 1만400원으로 주가가 24% 넘게 뛰었다. 제룡전기는 지난해 영업이익 28억원, 당기순이익 약 30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실적 호조와 남북경협 모멘텀으로 주가가 들썩이면서 제룡전기 지분 16.6%를 들고 있는 박종태 대표는 불과 1개월여 사이에 55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박 대표는 작년 4월 18일 주가가 급등하자 자사주 20만주를 팔아 36억원을 현금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룡전기가 영위하는 사업 역시 남북경협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투자시 주의가 요구된다.

▲제룡전기 주가 추이.(사진=크레온)


개성공단 입주사인 인디에프는 주가 급등만으로 최대주주에게 막대한 현금을 안겼다. 인디에프 주가는 작년 말 2270원에서 이달 20일 현재 2900원으로 27.75% 급등했다. 인디에프 최대주주인 글로벌세아는 지난 14일 인디에프 주식 650만주를 3269원에 처분해 200억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쥐었다. 피해는 개미 투자자들 몫이었다. 글로벌세아 지분율이 68.98%에서 57.95%로 줄어들었다는 소식에 14일 당일에만 인디에프 주가는 16%넘게 급락했다.

이밖에 남북 경협 철도주로 꼽히는 푸른기술 주가는 작년 말 2만250원에서 이달 현재 2만1750원으로 7% 올랐다. 지분 14.52%를 들고 있는 함현철 대표는 14억원이 넘는 차익을 손에 쥐었다. 이 종목은 2015년 영업손실 16억원에서 2017년 8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5억6266만원이었다. 푸른기술 측은 "남북 경협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데, 시장에서 그렇게 보는 것 같다"며 "실적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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