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여원 습득하고도 경찰에 신고 못한 SC제일은행의 '속사정'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2.22 11:30

대여금고 이용 VIP고객 보호 위해 6개월뒤 신고
최초 습득자 5000만원 못받아 ‘분통’

▲사건이 발생한 SC제일은행 서울 M지점 (사진=이유민 기자)


A씨는 2017년 2월 시중은행의 한 대여금고에서 현금으로 1억500만원이 든 비닐봉지를 발견해 은행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끝끝내 현금 다발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현금을 발견한 A씨에게 50%의 소유권이 주어지지만, A씨는 단 한 푼도 받을 수 없었다. 유실물법상 물건을 주운 날로부터 7일 이내 경찰에 신고해야 함에도 은행이 6개월 이상 신고 없이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의 서울 M지점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처음 돈다발을 주워 은행에 알린 고객은 5000만원을 날려 분통을 터트렸다. 이 고객은 절반의 소유권을 주장했으나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권순호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유실물 인도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 시중은행 관계자 "지점 내 유실물 주인 찾는 것 어렵지 않아"


1억여원의 현금 다발 유실물을 6개월 동안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SC제일은행의 답변은 간단했다. 22일 SC제일은행은 "금방 분실 고객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취재에 따르면 해당 사건이 발생한 SC제일은행 지점은 사건인지 후 지점 내 CCTV 확인과 공고문 부착, 고객 연락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분실 고객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분실 고객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의 고객들이 방문하는 은행지점의 경우 다양한 분실물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은행에서는 분실물과 관련한 특별한 규정을 마련해두지 않고 있다. 보안이 철저한 은행의 특성상 곳곳에 녹화되고 있는 CCTV를 통해 주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핸드폰 같은 유실물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지점에서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점 별로 상이하지만, 고액의 유실물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관할 경찰에 신고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에서 발생한 유실물은 1억원의 현금 다발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사건 발생 당일 CCTV 역추적 혹은 경찰 신고를 통해 주인을 찾을 수 있었지만, SC제일은행은 현금의 주인을 찾지 못했다.


◇ 과도한 VIP 고객 프라이버시 보호?...‘대여금고’의 역설


분실물이 발견된 곳은 SC제일은행 지점 내 ‘대여금고’ 공간이다. 대여금고란 일부 지점에 설치된 서랍 형태의 소형 금고로, 은행별 일정 조건을 갖춰야만 계약 후 대여금고를 이용할 수 있다. 은행별, 지점별 대여금고 이용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평균을 낼 수는 없지만, 일반 고객과는 달리 거액의 예금액을 유치한 고객들이 대여금고의 주요 고객층이 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대여금고는 은행 직원조차도 쉽사리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완전한 비밀 보안’이 이뤄진다. 보안을 위해 대여금고 내에는 CCTV도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SC제일은행은 전국 94개 지점에 대여금고가 설치돼있다. (사진=SC제일은행 홈페이지 캡쳐화면)


해당 사건은 대여금고 내에서 발생한 분실물이라는 점에서 분실자의 범위가 급속도로 좁혀진다. SC제일은행의 M지점 고객 중에서도 대여금고를 이용한 고객이 분실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길게는 수년에서 짧게는 3개월 단위로 대여금고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분실자의 범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하지만 SC제일은행 측은 "해당 지점의 최근 대여 금고 이용 고객에게 전화를 돌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락을 취했지만, 1억원 돈다발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여 금고 거래 고객의 리스트가 한정된 상황에서 그 누구도 현금의 주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점은 석연찮은 부분이다.

SC제일은행이 현금 분실물 인지 후에도 경찰에 장기간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실자가 대여금고 이용 고객(VIP 고객)으로 한정돼 쉽사리 신고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분실물 되돌려주기’도 중요하지만 ‘VIP 고객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경찰 신고가 아닌 지점 내 해결을 위해 노력했을 거라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VIP 고객의 철통 정보 보안을 위해 대여금고 내 CCTV를 설치하지 않는 점이 오히려 맹점이 된 사례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이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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