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지난해 4분기 한국의 식품 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1년 기상관측 사상 최악의 더위로 지난해 여름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물가가 대폭 뛰어서다.
23일 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4분기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이하 식품)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 올랐다.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터키(26.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터키는 경제 구조적 문제에 미국과 외교갈등까지 겹치며 리라화가 폭락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 다음은 멕시코(4.7%), 헝가리(4.4%), 아이슬란드(4.3%)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식품물가 상승률은 2017년 4분기 0.8%(26위), 작년 1분기 0.5%(29위)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작년 2분기 1.9%(20위)로 크게 뛰어오른 뒤 3분기 3.6%(3위)에 이어 4분기 5%대를 찍으며 2위까지 올랐다. OECD 평균 식품물가 상승률은 2017년 4분기 2.0%, 작년 1분기 1.9%, 2분기 1.6%, 3분기 2.1%, 4분기 2.0% 수준에서 형성됐다.
한국의 식품물가 상승률을 월별로 보면 작년 △7월 1.4% △8월 3.6% △9월 5.8% △10월 5.7% △11월 5.3% △12월 4.2%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1.5%에 머문 것과 대조적이다.
식품물가 상승률이 5%대를 찍었던 지난해 9∼11월을 세부적으로 보면 빵 및 곡물, 과일, 채소 및 해조가 상승을 이끌었다. 9∼11월 상승률을 보면 빵 및 곡물은 9.5→9.9→10.4%, 과일은 5.9→10.6→11.0%, 채소 및 해조는 11.1→12.0→12.0%를 각각 기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작년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채소와 과일을 중심으로 작황이 악화하고 일부 축산물 폐사 등이 발생하면서 식품 물가를 높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작년 전국 평균 폭염(하루 최고기온 33도 이상) 일수는 29.2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고, 8월 1일에는 서울이 39.6도, 강원도 홍천이 41.0도로 1907년 관측 시작 이래 가장 높았다.
다만,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식품 물가가 올해 1월 2.6% 오르며 상승세가 소폭 누그러졌다는 것. 빵 및 곡물은 9.7%로 여전히 높지만 과일은 4.8%로 전월(10.2%)의 절반 수준이며, 채소 및 해조는 -2.3%로 하락 전환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작년 상승은 기상 상황이라는 일시적인 요소 탓이기 때문에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반등할 가능성은 작다"며 "식품물가 변화를 주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