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석유 메이저社, 전기차 이어 '재생에너지' 사업도 뛰어든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3.06 09:32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 업계 '탈화석 연료' 시대 준비
인수합병, 벤처투자 등 '청정에너지'에 수십억 달러 투자
BP 등 차세대 충전시스템 개발, 수소 충전설비 파일럿 추진
로열더치셸은 유럽 내 '해상풍력' 참여로 선제적 대응 나서
변화하는 미래 에너지시장서 주도권 경쟁 가속화 움직임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글로벌 석유 메이저 업체들이 기존 석유 등의 화석연료 중심에서 재생에너지·배터리 기반으로 변화하는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전기차·재생에너지 사업투자에 나선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 이후 세계적으로 저탄소 생태계를 추구하는 각국의 정책과 기업의 기술혁신 노력이 강화되면서 석유와 전력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BP, 로열더치셸(Royal Dutch Shell Group, 이하 셸) 등 석유 메이저들이 에너지 전환 흐름에 따라 더 이상 ‘관망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하고, 새로운 가치창출 기반 강화에 나서면서 ‘탈화석연료’를 지향하는 트렌드가 한층 탄력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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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포스코경영연구원


◇ 석유 ‘수요피크’에 이어 전기차 대중화로 위축받는 석유산업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석유 메이저, 저탄소행 여정 시동’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대형 석유기업들은 인수합병, 벤처투자 등을 통해 수십억 달러를 청정에너지에 쏟아 부으며 ‘탈화석연료’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신흥국에서의 석유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세계 석유 소비 증가세는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으며, 친환경 자동차인 전기차의 대중화에 이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구조가 가속화하면서 석유만으로는 더 이상 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OECD의 석유 소비는 이미 2000년대 중반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전환된 가운데,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온실가스 배출규제 강화에 따른 연비개선 등으로 자동차 산업 기술 혁신이 빨라지면서 석유 시장에서는 이른바 ‘수요피크’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공급자 측면에서는 셰일오일, 오일샌드 등 비전통오일 생산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시장 전망이 한층 불투명해졌다. 미국의 경우 셰일오일 생산에 힘입어 지난해 8월 원유 생산량이 10.9백만 배럴을 기록했으며, 러시아와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등극했다.

통상 석유시장에서 수요피크에 대한 개념은 매장량 및 생산 감소로 ‘공급부족’을 야기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언급되었으나, 최근에는 셰일오일 등으로 인해 원유공급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소비가 둔화함에 따라 ‘수요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최대 석유 소비처인 자동차 시장의 친환경 기술혁신이 가속화함에 따라, 수요둔화 우려가 커지며 이른바 ‘수요피크’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세계 석유 업계는 적어도 향후 10∼15년까지 세계 석유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 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속도에 관한 입창차이로 2030년대 이후 석유 수요에 대한 예측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BP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2035년을 기점으로 석유 수요가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셸의 경우 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석유수요가 2025년에 정점을 찍은 후 2040년까지 매년 1%씩 감소할 것으로 보고있다. 반면 미국계 석유회사인 엑슨모빌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2040년까지 석유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박정석 연구원은 "전기차 중심으로 구현될 미래 모빌리티 시대가 다가오면서 ‘슈퍼스타’ 석유 수요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관점이 공급부족에서 수요감소의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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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포스코경영연구원


세계 전기차 시장이 각국의 정책적 노력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에 따라 석유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각국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보조금 지원 등에 힘입어 2017년 세계 전기차 판매는 처음으로 1백만대를 돌파했다. 나아가 노르웨이,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을 중심으로 내연기관차에 대한 판매 및 운행 금지 계획을 발표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어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역시 내연기관차 금지계획에 대한 도입시기를 놓고 저울질인 중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또한 전기차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를 미래 먹거리로 확정하고 전기차 주도권 경쟁,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 비용감소,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기술개발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특히 업체들은 내연기관차 생산을 축소 또는 중단하고 전기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 라인업 강화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으며 테슬라 등의 전기차 전문기업들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자동차업계 내 전기차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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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포스코경영연구원

박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팩 가격은 하락하고 주행거리는 증가하면서 전기차 소유 비용은 2020년대 중반이후 내연기관차보다 더 저렴해질 전망이다"며 "더욱이 4차 산업혁명 속 미래 모빌리티 혁명을 가져올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기술이 상용화되면 전기차 시장을 한단계 더 빨리 확장시킬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글로벌 석유 메이저 업체들은 석유 수요피크가 가시화되는 시점을 대비해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BP, 셸, 토탈(Total) 등은 유럽에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운영업체들을 인수하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 등에서도 벤처투자나 자동차업체들과 협력을 통한 차세대 충전 시스템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사 주유소에도 급속 충전기를 설치해 연료에 상관없이 운전자들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등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통한 전기차 가치사슬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셸은 주유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소 충전설비 파일럿 운영도 추진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일부 메이저가 석유 소비의 최전선인 자신들의 주유소에 (가솔린·디젤 소비를 대체할)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고 잇는 것은,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트렌드에 동참하고자 하는 석유업계의 입장 변화를 엿볼 수 잇는 대목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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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포스코경영연구원

◇ 재생에너지 사업에도 뛰어든 석유 메이저…‘종합 에너지 회사’로 부상

석유 메이저 업체들은 전기차 산업에 이어 재생에너지를 통한 유틸리티 사업에도 진출키로 했다. 전력구조가 과거 화석연료 중심에서 태양광·풍력발전 등의 재생에너지 위주로 전환되면서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 석유회사를 넘어 ‘석유·가스·전력’을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회사로 나아가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시민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요구 확산, 투자자들의 석유자산 축소 등 나날이 확대되는 ‘탄소 리스크’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도 풀이된다. 세계은행은 2020년부터 석유·가스 상류부문 금융지원 중단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IRR(내부수익률)이 5∼9% 수준으로 석유·가스 상류부문의 IRR보다 낮지만, 초기 건설단계에서 대규모 자본지출 이후 발전소가 가동에 들어가면 15∼20년가량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유가변동에 따라 수익성이 민감하게 변화하는 일부 고비용 프로젝트보다는 재생에너지 사업이 리스크 헤징 측면에서도 석유 메이저들에게는 매력적인 투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1GW급의 대형 프로젝트 개발이 확대되고 있는 해상풍력은 석유 메이저들이 겸비한 해상유전 개발 및 운영 경험과의 시너지 확대 가능성이 높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셸, 에퀴노르(Equinor)는 유럽 내 해상풍력 사업에 참여 중이며 미국, 브라질 등지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셸 관계자는 "우리는 더 이상 석유회사가 아니라 큰 범주에서 광범위한 에너지 회사다"며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전기차·수소 충전 사업에 투자하며 에너지 시스템의 전기화 움직임에 선제적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기업들은 저탄소 행보의 하나이자 사업다각화 방안으로 LNG, 가스화력발전소 등 천연가스 사업 비중도 대폭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한, 에너지분야 외에도 석유부문 수직 계열화 측면에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며 에탄크래커 신설 등 화학 투자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토탈은 2022년까지 가스·전력 고객을 현재의 4배로 확대하기 위해 가스발전과 재생에너지를 합쳐 10GW의 발전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처럼 석유 메이저 업체들이 재생에너지 사업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 기조가 한층 강화되는 동시에 전력시장은 점점 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배경이 따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활동이 강화되고 기술혁신에 따른 지속적인 비용 하락, 에너지저장장치(ESS) 도입 등에 힘입어 향후 설치되는 신규 발전설비는 재생에너지가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 기존 석유개발 사업 대비 수익성이 낮은 재생에너지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결국 변화하는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박 연구원은 "수력 포함 재생에너지는 2040년 세계 발전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며, 특히 태양광의 경우 주요 발전원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2040년 이전에 설치용량 기준 석탄을 추월, 가스에 이어 2위로 등극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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