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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경영 보폭을 빠르게 가져가며 회사를 둘러싼 불확실성들을 하나씩 걷어내고 있다. 그간 시장에서 불안요인으로 지목됐던 미래차 투자와 판매 회복에 대한 청사진이 나오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모습이다. 지배구조 개편, 주주총회 안건 등을 두고 몽니를 부리던 엘리엇도 코너로 몰아넣으며 주도권을 되찾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그룹 2인자 자리를 꿰찬 뒤 ‘혁신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양한 인적 쇄신과 미래투자 등에 속도를 내는 게 골자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의 미래 투자 계획을 내놨다. 연구개발(R&D)과 미래기술 등에 향후 5년간 45조 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올 2022년 영업이익률 7%, 자기자본이익률(ROE) 9%를 달성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현대차가 중장기 수익성 비전을 공개한 것은 창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와 함께 현대차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그림도 그렸다. 연간 배당을 주당 4000원으로 유지하고 사외이사 주주추천제 첫 도입, 주주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 후보 선발 등 움직임을 보일 계획이다. 현대차가 기존 배당금을 유지하면서 2017년 26.8%였던 배당성향은 지난해 70.7%로 늘어나게 된다.

정 수석부회장의 행보에 시장이 호응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는 이 같은 현대차의 변화를 두고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글래스 루이스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함께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주당 2만 1967원 배당’ 등을 제시하며 시끄럽게 굴고 있는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작아질 전망이다.

엘리엇의 존재감이 줄면 자연스럽게 그룹 지배구조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지배회사 체제’를 선언했지만 시장의 반대 탓에 무산됐다. 당시 가장 큰 목소리를 냈던 것은 엘리엇이지만 지분율이 낮고 논리구조가 빈약해 영향력이 크지는 않았다. 글래스 루이스, ISS 등이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타격이었다. 최근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글래스 루이스가 힘을 실어준 것을 두고 업계에서 크게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이유다.

정 수석부회장은 국내외 판매 부진에 대한 활로도 빠르게 찾아내고 있다. 최근 출시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와 출격을 앞둔 신형 쏘나타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팰리세이드의 경우 국내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계약 후 최소 6개월은 대기해야 인도받을 정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국내·외 시장에서 현대차의 효자 역할을 해줄 쏘나타 역시 이미지 공개 이후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수석부회장의 리더십은 그룹 내부 조직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일반사무직 직급을 간소화하고 임원 아래 직제를 단일화 하거나 단계를 줄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좌석제, 복장자율화, 자율출퇴근제 등 새로운 시스템도 도입한다. 딱딱한 기업 분위기에 ‘군대 문화’라는 지적을 받았던 과거에서 벗어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정 수석부회장은 오는 22일 주주총회를 거쳐 주요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 역할을 맡게 된다. 15일 열리는 기아차 주주총회에서는 사내이사로 선임돼 그룹 내 ‘책임 경영’ 의지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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