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조양호부터 위기의 엘리엇까지...주총 '관전포인트' 셋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3.13 07:22

KCGI, 한진칼 지분 12%로 확대...조양호 오너일가 전방위 압박
자문사, 엘리엇 배당확대 요구에.."현대차 제안에 찬성하라" 권고
‘백기사’ HDC현대산업개발, 22일 주총서 삼양식품 오너 정조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경영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상장사 오너와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간의 기싸움이 주요 관전포인트로 떠오를 전망이다.

◇ KCGI, 지분 늘리고 차명주식 의혹까지...조양호 일가는 ‘꿋꿋’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정기주총의 최대 격전지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의 맞대결이다. KCGI는 작년 11월 경영참여 목적으로 한진칼 지분 532만2666주(지분율 9%)를 장내매수하며 2대 주주로 등극한 이후 조 회장 일가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KCIG는 한진칼에 감사, 이사 선임 및 이사 보수한도 제한 등의 안건을 제안한데 이어 조양호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의 이사 연임에도 반대하고 있어 조 회장 일가와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

KCGI는 최근 한진칼 지분을 12.01%, 한진 지분을 10.17%까지 확대한데 이어 조 회장의 차명주식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KCIG는 한진칼 주주명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 임직원 2명과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대한항공사우회 등 단체 명의로 된 지분 224만1629주(3.8%)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KCGI는 이 지분이 자금 출처도 명확하지 않고 특수관계인 지분으로 신고돼 있지 않은 점을 들어 조 회장 등 오너일가 영향력 아래에 있는 차명주식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 일가도 만만치 않다.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해 총 지분 28.7%를 들고 있는 조 회장 일가는 KCGI와의 대결에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 회장은 이달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진에어 등 비주력 계열사의 등기임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주사인 한진칼, 그룹 모태인 한진,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사내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하며 KCGI와 정면대결을 펼치겠다고 선포했다.

▲2018년 말 기준 한진칼 주요 주주 현황.


여기에 한진그룹이 정기주총 소집을 위한 이사회를 열지 않는 것을 두고 조 회장의 ‘버티기 전략’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KCGI는 전일 보도자료에서 "한진칼은 의안상정 가처분 사건의 2월26일자 심문기일에서 ‘주총 소집결의를 위한 이사회를 3월5일에 개최할 예정으로 법원 결정이 있으면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하지만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였음에도 한진칼은 이날까지 주총 소집을 위한 이사회를 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KCGI는 "한진칼 경영진은 KCGI 측 주주제안을 거부하기 위해 이사회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고 회사 비용을 낭비하며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며 "경영진의 구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 엘리엇, 배당확대 무리수뒀나...자문사도 ‘현대차’에 손

▲현대차 양재동 본사.(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현대차그룹 간의 표 대결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에 앞서 엘리엇은 오는 22일 열리는 정기주총을 앞두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 배당 확대를 골자로 한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현대차에 기말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총 4조5000억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현대모비스에도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 우선주 1주당 2만6449원 등 총 2조5000억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다만 최근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현대차 제안에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하면서 엘리엇이 수세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래스 루이스는 최근 낸 의결권 자문 보고서에서 배당, 사외이사 선임 등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대해 모두 현대차 손을 들어줬다. 글래스 루이스는 사측이 제시한 1주당 3000원(보통주 기준) 지급에 찬성하고, 엘리엇이 제안한 1주당 2만1967원(보통주 기준)에는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또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해 달라던 요구에 대해서도 모두 반대하라고 권고했다. 글래스 루이스는 "이번처럼 대규모 일회성 배당금을 지급해 달라는 제안에 대해 주주들의 지지를 권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사측이 제시한 사외이사들은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향후 연구개발이나 공장투자를 위한 자본 요건 충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엘리엇이 제안한 현대차, 현대모비스 배당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 HDC현대산업개발-삼양식품, 22일 주총서 정면대결

이밖에 오랜 기간 친목을 다져온 HDC현대산업개발과 삼양식품도 이번 주총에서 흥미진진한 대결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오는 22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배임이나 횡령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이사를 결원으로 처리한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두고 삼양식품과 표 대결을 벌인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그의 아내인 김정수 사장은 이사진에서 배제될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별개 기업임에도 삼양식품 지분 16.99%를 보유하며 오랜 기간 ‘백기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주총에서는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의 경영 투명서엥 저해되는 요인이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삼양식품 오너 일가를 정조준했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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