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숙의 눈] 셰일가스와 수소 데자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3.13 23:49


기술적 제약 때문에 오랫동안 채굴이 이뤄지지 못하다가 2000년대 들어 수평정시추 기법 등이 상용화되며 한때 신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한 에너지가 있다. 오랜 세월동안 모래와 진흙이 쌓여 단단하게 굳은 탄화수소가 퇴적암, 즉 셰일층에 매장돼 전통적 가스전과는 다른 암반층으로부터 채취하기 때문에 비전통 천연가스로 불린다. 바로 셰일가스다.

한때 셰일가스는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에너지 부국, 에너지 자주국으로 가는데 필요한 ‘황금열쇠’와도 같은 존재였다. 전 세계 매장량이 석유 없이도 향후 60년, 100년 이상 사용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셰일가스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당시 학계, 업계를 중심으로 셰일가스, 셰일오일과 관련한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 워크숍이 연일 지속됐다. 정부도 셰일가스 매장국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비롯한 각종 협약 체결에 바빴다. 민관 협력체널이 가동되고 ‘셰일가스 개발·도입 및 활용전략’을 포함한 ‘셰일가스 선제적 대응을 위한 종합전략’까지 발표됐다.

셰일가스로 인한 기시감일까. 최근 수소에너지를 둘러싼 대내외 광풍이 그렇다. 정부는 지난 1월 세계 최고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을 목표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많은 이들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청와대를 비롯해 중앙부처는 물론 국회, 학계, 공공·민간 기업들의 관심이 뜨겁다.

수소에너지와 관련된 각종 토론회와 세미나도 넘쳐난다. 국회의원이 주최하는 ‘수소에너지 전략토론회’에는 일반인과 국회의원들의 참석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핫이슈’가 됐다.

안타깝게도 2010년대 초반 불어 닥친 셰일가스의 광풍은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셰일가스를 채취할 때 물, 모래, 화학약품을 섞은 혼합액을 고압으로 분사하는 수압파쇄법이 각종 환경오염 논란을 일으키면서부터다.

아직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을 뿐 수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정부 지원 없이 ‘수소 경제성’은 따질 수조차 없는 구조다. 수소에너지 이용 확대를 위한 현실적 걸림돌도 산더미다. 벌써부터 문재인 정부 이후의 ‘수소사화(士禍)’를 운운한다. 패션이나 헤어스타일만 반복되는 게 아니다. 셰일가스와 수소가 주는 기시감이 단순한 기우에 불과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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