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2000억원 손실’ 활로 못 찾는 노사관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3.18 14:42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지난해 임단협 협상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안팎으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강성노조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대화보다 투쟁에 몰두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노조가 ‘줄파업’을 이어간 탓에 회사 측은 2000억 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집중교섭을 벌인 이후 18일 현재까지 다음 교섭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르노 본사가 신차 물량 배정 등을 이유로 8일을 ‘마지노선’이라고 못 박았지만, 이를 넘기고도 대화에 진전이 없는 것이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조 집행부가 강경한 태도 일변도로 테이블에 앉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그간 업무 강도가 과중했고, 프랑스 본사가 배당을 지나치게 많이 가져간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참을 만큼 참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간 교섭 과정에서의 스킨십들도 무용지물이 된 상황이다. 노사는 집중교섭 기간 당시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위로금을 100만 원 지급하기로 하는 안 등에 일정 수준 합의를 이뤘다. 다만 노조가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작업 전화배치 때 자신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안을 추가로 요청하며 판이 깨졌다. 이후 가까스로 접점을 찾은 기본급 문제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는 동안 노조는 부분파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이달까지 노조는 44차례, 168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부산공장 생산 라인이 멈춰 회사가 입은 손해액은 2000억 원에 육박한다. 노조는 내부적으로 부분파업을 주 2회 정례화하는 안까지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이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량이 반토막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르노삼성은 프랑스 르노 본사가 배정하는 수출 전용 차량 ‘닛산 로그’를 올 9월까지만 생산한다. 지난해 부산공장의 총 생산량은 22만 7577대. 이 중 닛산 로그는 10만 7245대가 만들어져 그 비중이 48%에 달한다.

노사간 임단협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후속 물량 배정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르노 본사 역시 회사가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고 "(파업이 계속되면) 신차 물량을 배정하기 힘들다"는 경고를 수차례 건넨 바 있다.

닛산 로그 외 내년 새롭게 배정되는 물량을 수주해야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이미 인건비 등 고정비가 올라 그룹 내 다른 공장에 비해 경쟁력이 낮아졌다.

부산공장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매년 2∼3%씩 올라 2017년 기준으로 7800만 원에 달한다. 회사가 처음 닛산 로그 물량을 위탁생산했던 5년 전과 비교해 20% 상승한 수치다. 시간당 임금 수준은 전체 46개 공장 중 3위까지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노조가 기본급 상승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경쟁력이 더 높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 양측 갈등국면을 보고 회사가 노조의 요구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는 배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업 여부를 떠나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본사에서 신차 물량을 배정받기 힘들다"며 "내수 판매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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