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명예교수 윤덕균 |
정부·한유총 갈등 원인은 ‘교육기관(공공재)’이냐 ‘사유재산’이냐. 사립 유치원을 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정부는 2012년 ‘누리과정’(만 3~5세 무상 보육) 도입 이후 매년 조 단위 정부 예산(2019년의 경우 49만여 명의 아이들 몫으로 1조 5638억 원이 지원됨)이 지원되고 있는 만큼 사립 유치원은 교육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종의 공공재로 국가·학부모에게 받은 돈은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사립 유치원을 대표하는 한유총은 유치원 설립 시 설립자의 개인 돈이 들어간 만큼 ‘사유재산’으로서의 성격을 일정 부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한다. 이들의 갈등에서 돈만 보이고 어린이 교육은 실종된 지 오래다. 한유총은 개학연기 투쟁을 통해서 어린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교육부는 개학에 연연해 개학 이후의 어린이 교육에는 관심이 없다. 쌍방 모두에게 유치원 하나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지에 대한 유치원의 중요성에 대한 기본 인식이 필요하다.
일본 총리인 아배 신조에게 정신적 지주가 누구인가 하고 물으면 요시다 쇼인이라고 대답하고 정치적 스승이 누구인가 하고 물으면 이토 히로부미라고 답한다. 그 두 사람의 공통점은 메이지 유신의 태동지라고 하는 현대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야마구치 현의 쇼카손주쿠의 설립자와 1회 졸업생이라는 점이다. 이 유치원은 단층 목조건물로 15평의 작은 교육시설이다. 여기서 요시다 쇼인은 1856년부터 3년간 50여명의 유치원생을 교육했다. 이 학생 중에서 메이지 유신 1대 이토 히로부미와 3대 야마가타 아리토모의 총리대신 2명, 데라우치 마사다케 초대, 하세가와 요세미치 2대 등 2명의 조선 총독, 그리고 무수한 장군이 탄생했다. 이후 이를 기반으로 야마구치 현에서 총리가 19번 배출됐는데 그 19번째 총리가 아베신조이다.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는 15번째, 종조부인 사토 에이사쿠는 16번째 야마구치 현 출신 총리다. 쇼카손주쿠는 1922년 국가사적으로 지정됐고 201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물론 한국의 입장에서는 쇼카손주쿠는 원수를 양성한 유치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일본인의 입장에서 보면 세상에 눈을 열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지향하는 메이지유신의 태동지가 15평에 불과한 유치원이었다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두뇌는 5-6세에 이미 결정된다고 한다. 즉 유치원 단계에서 국가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유치원 하나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 사고에서 교육부도 그리고 한유총도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 어린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이 문제의 해답은 명확하다. 유치원이 갖는 공공성과 사유성의 절충에서 문제 해결에 접근해야 한다. 한시적으로 사유성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유치원 수입을 유치원 설립 때 은행에서 빌린 돈의 이자나 투자금 회수 등에 쓸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유치원의 공공성 측면에서 모든 유치원을 공립화 하는 방안이다. 그 대표적 방안은 ‘매입형’ ‘공영형’ ‘협동조합형’ 등 새로운 형태의 공립형 유치원들이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교육부도 한유총도 "15평에 불과했던 쇼카손주쿠와 같은 유치원 하나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란 유치원의 중요성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