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이란 "美 제재에 가스관 건설 진척되지 않는다"
‘중립국’ 오만 사업 참여 미지근...파키스탄 유예 선언
美 대이란 제재에 보잉 737 항공기 수리 지연
美, 한국 등 주요국에 "이란 원유수입 더 줄여라"
이란, "우리 통제할 수 있다면 큰 착각"...국제소송 준비

(사진=AP/연합)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제재조치로 인해 가스관 건설, 원유 수출, 여객기 수리 등 각종 분야에서 국가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란은 "제재로 우리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라며 미국을 상대로 국제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선포했다.


◇ ‘중립국’ 오만에 파키스탄도 ‘난색’...가스관 건설 지지부진


19일 외신 등에 따르면 현재 이란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가장 답답함을 느끼는 분야는 가스관 건설 사업이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외국 회사들이 미국의 제재를 이유로 가스관 건설 사업에 입찰하려 하지 않는다"며 "파키스탄, 이라크, 걸프 지역 국가(오만)와 연결하려는 가스관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2위인 이란은 파키스탄, 시리아, 레바논, 오만 등에 천연가스를 파이프를 통해 육로로 수출하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걸프 지역 왕정과 달리 이란과 적대적인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오만 마저도 해저 가스관 사업 참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오만은 2013년부터 2년간 이어진 핵협상 과정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숨은’ 전령 역할을 했다. 또 사우디가 주도한 이번 카타르에 대한 단교 조치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사우디가 이끈 아랍권 국가의 예멘 내전 개입에도 빠진 ‘걸프의 중립국’이다.

이란과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평화 가스관 사업’ 역시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평화 가스관은 이란 남동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에서 생산된 액화천연가스(LNG)를 파키스탄 중동부 펀자브주까지 육상으로 수송하는 대규모 에너지 협력 사업이다. 투자 금액은 70억 달러, 가스관의 길이는 2780㎞에 달한다.

앞서 이란과 파키스탄은 1995년 계약을 맺고 각자 자신의 영토 내에서 가스관을 건설해 국경에서 연결하기로 합의했다. 1999년에는 인도도 해당 사업에 참여하면서 이란, 파키스탄, 인도 3개국으로 사업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2009년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은 인도가 사업에서 빠지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그런데도 이란은 계약대로 2011년 파키스탄 국경까지 사그관을 완공했다.

미국은 파키스탄에 다양한 ‘당근책’을 제시했다. 서아시아의 ‘대국’이자 지정학적으로 중요하지만 에너지가 부족한 파키스탄이 이란에 에너지를 의존하게 되면 미국과 사우디로선 이란을 견제할 수 있는 ‘인접 기지’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2010년 파키스탄에 이 사업을 중단하면 타지키스탄에서 LNG와 전기를 수입하는 것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란은 파키스탄과의 계약 파기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나 결국 파키스탄은 2014년 초 이란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이유로 이 사업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애초 완공 목표는 2014년 말이었다. 잔가네 장관은 "우리는 할 일을 했지만 그들(파키스탄)은 합법적인 사업임에도 정치적 이유와 미국,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의 압박을 이유로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보잉 737 맥스, 70일 만에 노르웨이 귀환

이란이 미국의 제재로 피해를 입는 것은 가스관 뿐만이 아니다. 이란은 최근 5개월 새 두 차례의 대형 인명사고를 낸 ‘보잉 737 맥스(Max)’ 기종에 대해서도 가슴을 졸였다. 지난해 12월에도 같은 기종의 여객기가 불시착한 사고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오슬로로 향하던 노르웨이의 저가항공사 노르웨이안에어셔틀 소속 보잉 737 맥스 여객기가 엔진 고장으로 이란 남서부 시라즈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항공기에 탑승했던 승객과 승무원 192명은 이튿날 다른 여객기 편으로 오슬로로 향했지만 사고 여객기는 두 달 넘게 이란을 떠나지 못했다.

그러나 해당 여객기는 민간 항공기와 부품 판매를 금지하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탓에 수리가 지연돼 10주 만인 지난달 말 노르웨이로 돌아갔다. 고장 여객기가 미국 회사인 보잉사의 기종인 탓에 부품 수송이 제한된 것이다.


◇ 미국, 한국-일본 등에 "이란산 원유수입 20% 감축하라" 압박


그럼에도 여기서 멈추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중단시켜 주요 돈줄을 틀어막는데 혈안이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중국, 인도 등 이란 원유 수입이 한시적으로 허용된 국가들을 대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기존보다 20% 정도 감축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들 국가가 이란으로부터 수입하는 원유의 총량이 오는 5월부터 하루 100만 배럴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 이란의 하루 원유수출량인 125만 배럴에서 20% 정도 줄어든 분량이다.

미국의 조정을 거부하는 국가는 제재 예외국 지위가 철회돼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이란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면서 한국, 중국, 인도, 일본, 터키, 대만, 그리스, 이탈리아 등 8개국에 대해 수입량 감축을 조건으로 한시적 예외를 인정했지만, 이들 국가에도 원유수출량을 줄이라고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다만 미국은 이탈리아, 그리스, 대만은 제재 예외 대상국에서 아예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 예외 때 허용된 수입량을 채우지 못한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란 당국은 최근 그리스, 이탈리아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인도, 터키는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데다가 미국의 이란핵합의 탈퇴를 비판해온 만큼 협상에 진통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 이란 "트럼프, 착각하지 말아라"...국제소송 제기 준비

그럼에도 이란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미국을 대상으로 국제소송을 준비하는 등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국영방송으로 생중계된 내각회의 모두 연설에서 "미국은 이란 핵합의를 아무런 이유 없이 포기하고 우리에게 가장 혹독한 제재를 부과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강력한 제재로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떠났던) 이란으로 복귀해 우리를 다시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런 추측은 착각이다"라며 "그런 목표는 절대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가 이란 정부와 핵프로그램을 노린 게 아니라 이란 국민의 일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법무 담당 부처가 인도주의적 물품까지 제재하는 미국의 비인도적 범죄에 대해 국제 소송을 제기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이뤄진 이란 핵합의를 최악의 합의라고 비판하면서 지난해 5월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8, 11월 두 차례에 걸쳐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이와 관련해 1955년 당시 이란의 친미 왕정과 미국이 맺은 ‘친선·경제관계 및 영사권 조약’을 위반했다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ICJ는 올해 1월 "재판부의 만장일치로 미 행정부는 의약품, 의료장비, 식료품, 농산물, 안전한 민간 비행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교체 부품을 이란으로 수출하는 데 장애가 되는 제재의 재개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따르지 않고, 이란과 맺은 친선·경제관계 및 영사권 조약을 폐기했다.

한편, 2016년 1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이행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제재했던 이란산 원유 수출이 재개됐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이뤄진 이란 핵합의를 최악의 합의라고 비판하면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같은 해 11월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산 원유, 천연가스, 석유제품 수출이 다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국은 올해 5월 초까지 한국, 일본 등 8개국에 대해 제재 예외를 한시적으로 인정, 물량 감축을 조건으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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