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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국민연금이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전문성이 해외 연금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배구조와 의결권 행사 방식에 독립성을 보장받기 어려워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 주된 요지다.


◇ 잘못된 투자로 25조 원 ‘증발’…기금운용 전문성 이대로 괜찮나

19일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한 가운데, 기금운용을 담당하는 이사회가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자율성과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배구조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기업 경영 활동에 대한 정부의 간섭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로 기금 고갈의 위험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경연은 한국과 일본, 캐나다, 미국, 네덜란드 등 해외 5대 연기금의 지배구조와 의결권 행사 방식 등을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주식의 평가금액은 108조9140억 원이다. 전년도인 2017년 말에 비해 약 25조 원 가량 손해를 봤다. 국민연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방식 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한경연 조사 대상에 포함된 해외 5대 연기금 중 기금운용을 담당하는 이사회나 위원회가 정부 소속이거나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직을 장관이 맡는 경우는 국민연금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에 소속되어 있고, 위원장직은 당연직으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017년부터 맡고 있다. 그밖에 위원회 20명의 위원들 중에는 기획재정부 차관과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고용노동부 차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5명의 정부 인사가 포함돼 있다.


◇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괜찮을까…해외는 독립성 위한 제도 마련

국민연금의 자산 내 주식보유 비중은 지난해 기준 34.8%로, 이중 절반이 국내주식에 투자했다. 이는 시가총액의 약 7%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경연은 "지배구조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기업 경영에 대한 정부의 간섭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네덜란드 ABP와 캐나다 CPPIB는 국내주식 보유 비중이 각각 0.5%, 2.4%에 그친다. 일본 GPIF는 국내주식 비중이 25.3%로 국민연금보다 높지만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과도한 기업경영 개입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GPIF의 주식 직접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 캘퍼스의 경우, 국내주식 보유 비중이 국민연금과 비슷한 17.7%지만, 미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ABP, CPPIB, 캘퍼스 등은 자체 의결권 행사지침을 마련한 뒤 외부 전문기관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본 GPIF는 의결권뿐만 아니라 스튜어드십 코드까지 모두 위탁운용사에 위임했고 이들 위탁운용사들은 자체적으로 의결권 행사기준을 정한 뒤 의결권 행사 결과를 GPIF에 정기적으로 보고한다.

또 이들은 기금운용 과정에서 독립성이 훼손되는 문제를 막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도 별도로 마련해 뒀다. 미국 캘퍼스는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기금을 이용해 재정적자를 해소하려 하자 1992년 주 헌법을 개정해 기금운용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했다. 캐나다연금 역시 1990년대에 정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기금 고갈 위기를 맞자, 1998년에 별도의 공사인 CPPIB를 설립해서 완전히 독립된 지배구조를 확보했다. 네덜란드 ABP는 1922년 설립 당시 기금운용위원회가 내무부장관 지배를 받는 구조였으나, 1996년에 독립자회사 형태로 민영화시켜 기금을 독자적으로 관리·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2016년 GPIF가 주식을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정부의 경영 간섭 및 시장 왜곡 우려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법 개정이 무산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행 구조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결국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간섭하겠다는 의미"라며 "먼저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자율성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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