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자원硏, 새로운 고부가가치 창출…‘먹는 광물 바르는 광물’은 무엇?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3.19 16:34

점토광물 기반 연구에 주력, 지질신소재연구실 노기민 박사

▲지잘자원연은 경북 동해안 일대에 매장돼 있는 점토광물은 현재 제올라이트 3000만 톤, 벤토나이트 470만톤, 산성백토 660만톤, 규조토 340만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북일대 유일하게 생산되는 벤토나이트·산성백토·규조토 등 점토광물 풍부

노기민 박사 광물’과 ‘바이오’ 연계…국내 광업 재도약 기틀 확립 ‘희망 사항’

[에너지경제신문 여영래 기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김복철, 이하 지질자연硏) 지질신소재연구실 노기민 박사. 그는 ‘점토광물’을 먹고 바르는 소재로 만드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고 접할 수 있는 점토는 입자 크기가 4㎛ 이하인 암석·광물의 파편을 말한다. 점토광물은 이 같은 점토가 한데모여 단단하게 굳어진 물질로 쉽게 설명하면 흙을 구성하는 주요 광물이다.

노 박사가 연구를 진행하는 경북 포항일대에는 신생대 제3기층과 관련된 점토광물이 매우 풍부하다. 이는 2000만 년 전 동해(東海)가 열리면서 확장되던 시기 화산이 폭발했고 이때 발생한 화산재가 물과 반응하면서 점토광물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경북 일대에만 유일하게 제올라이트·벤토나이트·산성백토·규조토 등의 점토가 생산되고 있다.

◇풍부한 매장량, 월등한 품질을 자랑하는 점토광물= 경북 동해안에 매장된 점토광물은 현재 제올라이트 3000만 톤, 벤토나이트 470만톤, 산성백토 660만톤, 규조토 340만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수백 년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이지만 여태까지는 주로 비료나 공사용 자재 등 재래 산업용으로만 사용돼 왔다. 하지만 점토광물은 화장품·의약품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갯벌 점토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으로 상용화한 ‘보령 머드’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노 박사는 "점토광물을 개발하는 일은 자원의 개발과 활용, 고부가가치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금속과 다르게 점토광물은 한 번 사용하면 재활용 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컴퓨터·휴대폰에 사용되는 금이나 구리는 다시 추출해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화장품에 사용된 점토광물은 한 번 사용하면 소모돼 없어지기 때문"이라며 "바로 이 점이 고품질의 점토광물을 그에 적합한 용도에 활용해야 하는 이유이다. 고품질의 점토광물과 저품질의 점토광물을 용도에 맞게끔 사용,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바로 이 분야 연구에 몰입하게 된 모멘트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점토광물을 정제해 의약품·화장품에 활용하려는 시장이 급성장하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국내산 점토광물을 다양하게 활용하려면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정한 ‘우수원료제조 관리기준(BGMP)’을 만족시킬 생산 설비가 구축돼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식약처에서 제시한 기준에 맞게 점토광물을 정제·생산할 수 있는 연구시설이 전무하다. 특히 국내 광업회사는 대부분이 영세한 편이어서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인증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토광물 정제 및 생산설비를 갖추기란 쉽지 않다. 이 또한 국내 광물산업이 高부가가치 잠재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노 박사는 "연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점토광물의 품질이 매우 우수한데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요. 의약품·화장품 등에 국내산 점토광물을 활용한다면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포항 지역에 매장된 점토광물의 종류·품위·품질을 파악한 후, 사용 목적에 맞게 개발하는 연구를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점토광물을 먹고 바르는 물질로 만들기까지=
현 세상에 사는 우리는 이미 여러 가지 형태의 광물을 섭취하고 있다. 위가 쓰릴 때 먹는 제산제·지사제·현탁액은 광물이 주성분을 이룬다.

또한 알약 표면에 묻은 흰 분말가루도 광물이다. 외국에서는 광물 분말을 건강보조식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점토광물을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식약처가 지정한 먹을 수 있는 광물로는 벤토나이트(Bentonite), 카올린(Kaolin), 규산알루민산마그네슘(Magnesium aluminum silicate) 등이며 채취한 그대로 먹을 수는 없고 반드시 국내외 규격을 만족하는 품질로 생산되고 특히 의약품으로 관리돼야만 한다.

노 박사는 "광산에서 채취해온 원광에는 다양한 이물질이 묻어 있다. 이를 물로 씻어낸 후 건조 시켜 잘게 부수는 과정을 거쳐 점토광물을 물에 풀어주고 불순물과 미생물 오염원을 제거하면 의약품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과정은 모두 식약처가 정한 BGMP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
" 며 "지질신소재연구실에는 BGMP 기준에 맞춘 ‘클린룸(Clean Room)’과 연구용 생산설비들이 갖춰져 있다. 클린룸 내부는 1세제곱피트 공간에 먼지가 10만 개 이하로 유지되고 있을 정도로 깨끗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점토광물로 제조한 의약품·화장품이 식약처로부터 인정받고 유통되기까지는 매우 까다로운 국내외 품질 규격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더군다나 바이오 분야의 품질 규격은 국제적으로 더욱 강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새롭게 바뀌는 규정에 맞춰 또 다른 기준을 제시하는 것 또한 노 박사가 이어나갈 연구과제다.

▲노기민 박사는 포항지역에서는 점토 함량이 높고 잘 부서지는 점토광물의 특성 때문에 ‘떡돌’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광물’과 ‘바이오’ 연계…국내 광업 재도약 기틀 마련이 ‘희망사항’= 점토광물이 화장품·의약품 등의 소재로 활용되기까지 얼마나 남았을까. 이미 지질자원연의 기술로 제조한 마스크팩·클렌징제품·샴푸가 만들어져 판매 중이거나 판매 준비를 하고 있다. 일반 약국에서 접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 

올해 말까지 연간 의약품 원료 10∼50톤을 생산할 수 있는 150평 규모의 설비를, 2021년 하반기까지는 200톤급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식약처로부터 설비나 제품과 관련된 인증을 받는 시간이 소모되겠지만, 노 박사는 이 또한 설비 구축이 완료된 이후 대략 2∼3년 이내로 내다보고 있다.

노 박사는 "지질신소재연구실에서는 이미 점토광물을 원료로 한 화장품뿐만 아니라 의약품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벤토나이트를 활용해 만든 클렌징제품이 대표적이죠. 특히 지질신소재연구실은 점토광물을 개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점토광물의 신기능성을 발굴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단순 연구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으려면 기업과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한데 현재 35개 기업이 지질자원연에 협업 의사를 밝힌 바 있음은 물론 기술사업화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어떻게 보면 상당 동떨어진 분야인 ‘광물’과 ‘바이오’를 연계해 기피 산업으로 여겨지는 광업을 재도약시키고 바이오산업에서는 차별화된 신소재 기술로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품을 창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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