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사용후 핵연료 색안경 씌우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3.20 09:28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탈원전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논쟁에 질 것 같으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는 것이 방사선에 의한 위험 그리고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이다. 논쟁 끝에 이들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오면 사실상 그 논쟁에서 졌기 때문에 국면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라 보아도 좋다. 

미세먼지로 인하여 국민 전체가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탈원전 환경단체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를 들고 나왔다. 지난 6일 116개 시민단체가 참여하여 ‘핵발전소 중단 없이 핵폐기물 대안은 없다’라며 시민 선언을 발표한 것이다. 전국을 며칠 동안 뒤덮은 미세먼지로 인하여 탈원전 정책의 문제가 드러나게 되니까 이를 희석하려는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이들 시민단체의 사용후핵연료 걱정에 유감스러운 점이 많다. 탈원전 운동가들이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갖추지 못한 원자력산업계를 비방하는 것이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에 대해서는 경주에 처분장을 확보했지만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장은 아직까지 확보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자력산업계가 이러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확보하지 못한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안면도를 비롯하여 수차례 처분장확보를 시도한 바 있다. 그 때마다 주민들을 선동하여 훼방을 놓는 바람에 부지조사 조차 하지 못하게 하고서 이제와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이 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사용후핵연료가 답이 없다는 주장도 과학적 근거를 살짝 가려놓은 주장이다. 10만 년간 보관해야 한다는 사실의 이면을 제대로 알리고 있지 않은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처음 300년간 대부분의 방사능이 소멸된다. 300년이 지나면 방사능은 광산에서 캐는 천연우라늄 수준이다. 즉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수준이 된다. 300년에서부터 10만년까지 방사능은 매우 서서히 감소한다. 서서히 감소하기 때문에 나오는 방사선량도 미미하다. 따라서 300년을 안전하게 관리하면 그 후에는 손이 가지 않는 것이다. 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답이 없는 것으로 우기는 것이다. 

일반폐기물의 경우 부패, 침출수 발생, 화학적 변화 등의 과정 등 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하여 자연물이 되어간다. 그러나 방사성폐기물의 경우에는 환경과의 상호작용 없이 가두어두기만 하면 자연물이 된다는 점도 간과시키는 점이다. 

가장 문제는 사용후핵연료가 어마어마한 문제로 보이도록 국민에게 색안경을 씌우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라는 폐기물 문제단독으로 평가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것이 아니다. 동일한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다른 발전원이 배출하는 폐기물과 비교하여야 합리적이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을 하면서 발생한 방사성폐기물은 1만 4천 톤 정도이다. 그런데 동일한 전력량을 석탄발전으로 생산했다면 약 2억톤의 석탄회가 배출되었을 것이다. 약 40억 톤의 이산화탄소도 배출되었을 것이다. 각기 발전원이 생산해내는 폐기물과 부산물을 비교할 때만 합리적인 비교가 되는 것이다. 

석탄발전뿐만 아니라 LNG 발전소도 마찬가지이다. 동일한 전력량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가 수반되어야 한다. 태양광 발전도 마찬가지이다. 원전 수명의 1/3도 안되는 태양광 패널이 엄청난 양의 폐기물로 쏟아져 나온다. 재활용을 한다고 하지만 허울만 좋은 얘기이다. 공장이 중국에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재활용을 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지천으로 널려있는 모래를 쓰면 될 것을 굳이 태양광 패널을 비싸게 재활용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원전 하나만 바라보고 안전성과 폐기물을 따진다면 누구라도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동일한 양의 전력을 발생하는 다른 발전원의 안전성과 폐기물과 비교해서 판단해야 합리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절대적 기준이 없는 상대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원전폐기물만 바라보게 만드는 것은 경주마들이 옆을 보지 못하게 눈가리개를 씌우거나 특정한 색깔을 보지 못하게 색안경을 씌우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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