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퀀텀점프-KB금융①] 'One KB' 앞세운 윤종규 회장...'비은행 강화로 1등 탈환' 특명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3.25 08:34

자본시장, 디지털 등 사업부문 중심 조직구성
디지털부터 글로벌까지 계열사 시너지 발휘

▲KB금융그룹, 윤종규 KB금융 회장.(사진=KB금융)


본업 경쟁력 강화(Reinforcement), 비즈 인프라 혁신(Innovation), 일하는 방식 변화(Smart working), 사업확장(Expansion).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올해 그룹의 경영전략 방향으로 내세운 R.I.S.E 2019의 키워드다.

윤 회장은 지난해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에 리딩금융 자리를 1년 만에 내줘야 했지만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변화하고 있는 금융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사적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기틀을 다져온 ‘One Firm, One KB’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도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포부다. 전략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 영역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계열사인 국민은행 허인 행장과 완벽한 호흡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데다 지난해 성과중심의 내부 인사를 발탁하며 계열사 대표에 대한 세대교체를 단행한 만큼 지금의 진영을 가다듬어 리딩금융 탈환에 집중할 예정이다.


◇ 계열사 대표 세대교체로 첫 여성 대표 탄생…사업부문 중심 조직개편

▲지난달 12월 발탁된 KB금융 계열사 신임 대표. (왼쪽부터)박정림·김성현 KB증권 신임 대표이사, 황수남 KB캐피탈 신임 대표, 김청겸 KB부동산신탁 신임 대표(사진=KB금융그룹)


KB금융은 지난해 연말 계열사 인사 대상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1960년생으로 채우며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디지털 전환 등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이어 대응하기 위해 젊은 피를 수혈한다는 취지다. 특히 박정림 당시 KB증권 부사장 겸 KB국민은행 부행장을 김성현 당시 KB증권 부사장과 함께 차기 대표이사로 추천하며 증권사 최초 여성 CEO 탄생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철저한 성과중심의 인사를 단행하며 변화를 시도했고, 동시에 내부 인사 발탁해 친정체제를 공고히 했다는 분석이다.

KB금융의 세대교체는 2017년 발탁된 허인 KB국민은행장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윤종규 회장 겸 행장의 후임으로 선임된 허인 행장은 1961년생으로 당시 57세의 젊은 나이로 행장 자리에 올랐고 이후 좋은 실적을 기록하며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의 세대교체 후 윤 회장이 지난해도 계열사들 대표로 젊은 인사를 발탁하는 용병술을 보이며 금융환경 변화에 대처하면서 디지털 금융사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부문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윤 회장은 취임 후 계열사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는 One Firm, One KB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룹의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 자본시장 부문을 계열사가 아닌 그룹부문으로 묶어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는 디지털 부문을 그룹부문으로 바꿨다. 디지털과 정보통신(IT), 데이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디지털혁신부문’을 신설했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전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개인고객부문, 중소기업(SME)부문, 보험부문도 신설해 계열사간 협업을 강화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그룹에서 보편적인 운영체계로 자리잡은 사업부문 중심 운영체계를 정착하기 위한 변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 1년 만에 2등으로 내리막…‘몸집 확장’으로 재탈환 노린다

올해 윤종규 회장은 지난해 신한금융에 빼앗긴 리딩금융 자리를 되찾기 위해 어떤 묘수를 두느냐로 큰 관심을 받는다. KB금융은 2017년 약 9년만에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했다.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 등의 편입이 마무리되면서 실적 향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신한금융을 앞서며 뒤바뀐 리딩금융 구도가 굳어지는 듯했으나 4분기에 예상 외 낮은 실적을 내며 총 3조619억원의 순이익으로 신한금융(3조1983억원)에 리딩금융 자리를 내줘야 했다. KB금융은 희망퇴직 비용과 특별보로금 등 일회성 비용이 대거 발생하며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한 2001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아울러 변동성이 커지며 유가증권 관련 손실이 발생했고, KB증권을 비롯한 KB손보 등 비은행 계열사들 성적도 부진했다. 국민은행 순이익은 2조2243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늘어난 반면, 비은행 계열사들은 약 11% 순이익이 줄었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인수로 올해부터 추가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KB금융도 M&A를 통해 승부수를 띄어야 한다. 은행 간 성적은 비슷해지고 있어 비은행 부문에서 어떤 성적을 내는 지가 금융지주사들의 주요 패가 되고 있다. KB금융이 앞서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것도 윤 회장이 취임한 2014년 후 KB금융이 KB캐피탈(옛 우리파이낸셜), KB손해보험, KB증권(옛 현대증권) 등을 인수·합병하며 몸집확장에 가속도를 냈기 때문이다. 최근에 M&A에 대한 뚜렷한 성과가 없는 사이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이 M&A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M&A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KB금융은 그룹 내 부진한 생명보험사를 보강하기 위해 M&A가 필요하다는 점을 꾸준히 밝히고 있어 매력적인 생보사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겨우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는 롯데캐피탈 인수전에 뛰어들며 캐피탈사 인수 가능성도 높게 점쳐졌지만 롯데에서 롯데캐피탈 매각을 보류하며 잠정 중단됐다.

윤종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략적 M&A를 추진해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더욱 견고히 다지고, 지속가능성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고 또다시 강조했다. KB금융은 그룹의 포트폴리오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매물이 나오게 되면 M&A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 디지털과 글로벌서 발휘되는 ‘One KB’ 힘

▲KB국민은행이 1월 3일 김포한강신도시 운양지구에 개점한 무현금, 무서류 기반 디지털창구 특화점 ‘KB디지털금융점’. (사진=국민은행)


금융권 생존 화두인 ‘디지털’과 ‘글로벌’도 KB금융의 핵심전략이다. 윤 회장은 고객 관점의 유연한 사고와 행동을 토대로 ‘디지털 혁신’을 이뤄야만 고객이 선택하는 1등 금융그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모바일 앱 등 플랫폼 고도화는 물론 복합점포, 디지털채널, 아웃바운드 모델 등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채널을 다변화해 젊은 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KB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들이 나서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언한 국민은행은 2025년까지 디지털에만 총 2조원을 투자하고, 약 4000명의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직원부터 고객들이 이용하는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지난 1월에는 디지털 전용 창구인 ‘KB디지털금융점’을 오픈하는 등 디지털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리브 KB 캄보디아 등 현지에 맞는 모바일 앱을 선보이며 디지털뱅크를 통해 해외시장 공고화에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는 계열사간 협업을 내세운 One KB 전략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카드와 KB캐피탈이 라오스 현지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한 점은 눈에 띄는 성과다. 최근에는 국민은행을 주축으로 선진국 지역에서 기업투자금융(CIB) 등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달에는 국민은행이 해외 항공기 금융펀드 2건에 2000만 달러(약 220억원)을 투자했는데, KB증권이 펀드 국내 판매를 담당하면서 대체투자에서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였다는 평이다. 1억5000만 달러(약 1680억원) 규모의 미국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공동으로 주선하는 데도 성공했다. 3000만 달러는 국민은행이, 1억2000만 달러는 KB금융 계열사와 국내 기관 투자자들에게 재매각한다.

KB금융 관계자는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 해외진출이 활성화하면서 중장기적 글로벌인력육성체계 개선에도 집중하고 있다"며 "수익기반 다변화와 영업력 강화로 해외 부문 시장지위를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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