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고용·매출 그대로라는데...현장은 "죽겠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02 13:46

"96개 기업 중 42개사 지난해 매출 증가, 34개사 감소, 5개사 유지"
두산重, 2년 사이 회사 떠난 직원 500명 달해
53개 협력업체 역시 1171명에서 1002명으로 감소
원전공기업 지난해 자발적 퇴사자 144명, 2015년부터 계속 증가

▲창원산업단지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지난해 원전분야 기업들의 매출과 고용이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원전 흐름 속에서 원전업계 변화는 크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현장 목소리와 온도차는 크다.

원전기업지원센터가 최근 실시한 ‘원전기업실태조사 중간점검 결과’를 보면 조사에 응한 96개 기업 중 42개사(43.8%)의 2018년 매출이 증가했다. 34개사(35.4%) 매출은 감소했으며 5개사(5.2%)는 유지됐다. 과반수 기업들은 올해도 사업과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전기업지원센터는 원전기업들의 매출 증가는 △신한울 1·2호기 건설과 예비품 잔여물량 공급 △신고리 5·6호기 건설 △가동 원전의 유지보수 △안전설비 투자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원전분야 고용은 2017년 대비 22개사(36.7%)에서 유지됐으며 21개사(35.0%)에서 증가했다. 16개사(26.6%)에서는 고용이 감소했다.

다만 창원지역을 중심으로 한 주기기 공급 협력기업들의 매출과 채용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원자로·증기발생기·터빈발전기) 생산 업체인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가 원전 건설 계획(신한울 원전 3·4호기)을 폐기하면서 일감이 줄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회사는 임원 30명을 줄이고 직원 수백명을 계열사로 내보낸데 이어 과장급 이상 전원을 대상으로 유급 휴직을 시행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6~2018년 사이 회사를 떠난 직원은 약 450명에 이른다. 53개 사내협력업체 역시 2016년 1171명에서 2018년 1002명으로 감소했다. 경남 도내 280여 개 중소 원전 협력업체도 일감 부족으로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가산업 정책은 백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데, 현 정부는 최소한의 고용대책 없이 에너지정책을 하루 아침에 뒤집어버렸다"며 "원전산업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고려한 에너지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기업도 사정은 좋지 않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한국전력기술,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에서 받은 ‘원자력 관련 퇴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퇴직한 원전 분야 임직원은 144명이었다. 정년퇴직이나 해임 등을 제외한 퇴직만 집계한 결과다. 세 기업의 자발적 퇴직자는 2015년 77명, 2016년 93명에 그쳤으나 탈원전 정책이 시작된 2017년 120명으로 급증했고 작년에도 증가세가 멈추지 않았다.

한국원자력학회 관계자는 "정부는 외국에는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선전하면서 국내 산업생태계는 고사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원전 수출, 신산업 육성 등 정부와 업계 한마음이 돼야 하는데 업계는 정부의 일방통행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한수원이 중장기적 희망을 줄 수 있는 비전은 물론, 단기적으로 인력을 지키고, 현금흐름이 이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을 수출과 해체산업을 하더라도 공급망 체인이 있어야 하고 협력사 등 원전 생태계 유지가 원전 안전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정기적으로 원전기업들의 경영현황과 애로사항을 조사하고, 정부·원전공기업 등 유관기관과 협의를 통해 애로사항 해결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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