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이익 높은 화력발전 투자 'GCF취지 엇박자'
정부정책 역행한 이중행보 '뭇매'
▲KDB산업은행, 녹색기후기금(GCF).
"산업은행의 가장 큰 문제는 석탄화력발전소에 금융주선을 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녹색기후기금(GCF) 이행기구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
올해 인천 송도에서 제22차 GCF 이사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2월 25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산업은행의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공적기관들이 이른바 ‘석탄금융’에 투자하는 행태를 지적하며 GCF 이행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산업은행이 GCF 프로젝트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석탄발전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계속되고 있어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은행은 GCF 인증기관으로 선정된 후인 지난해에도 국내 최대 규모인 삼척화력발전소 금융 주선을 하는 등 GCF 취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GCF발굴 '0'건에도 화력발전소 대규모 금융주선..."수수료이익 최대 수백억원"
산업은행이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GCF 이행기구로 선정된 2016년 12월 이후인 지난해도 삼척화력발전소 2기(2100MW)에 대한 금융주선을 하며 이른바 ‘석탄금융’ 투자를 추진했다. 산업은행이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에 조달한 금액은 약 3조3000억원이다. 산업은행은 GCF 이행기구 지정 전 이뤄진 6건에 대한 국내 석탄발전 프로젝트에는 연평균 1232억원을 승인했으나, 규모가 큰 삼척화력발전소를 추진하면서는 연평균 1332억원을 승인했다. 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인프라자산운용은 펀드를 조성해 고성하이 화력발전소 대주단에 참여하면서 산업은행이 GCF 이행기구로 선정된 약 2주 뒤 35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제공하는 금융계약을 체결했다.
삼척화력발전소 이후 정부 승인이 난 발전소가 없는 만큼 산업은행의 추가 금융주선 계획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화력발전소 금융주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인식변화는 없을 것이란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농협금융지주, 국민연금공단에 이어 3번째로 국내 석탄금융에 대한 투자가 많은 기관이다. 이소영 기후솔루션 부대표는 "금융기관들이 금융주선을 통해 얻는 단기적인 수익이 높기 때문에 화력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발전사업 금융주선을 통해 금융기관들이 받는 수수료만 해도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른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삼척화력발전소 금융주선을 통해 받는 주선 수수료는 약 11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은행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금융을 주선한 국내 6개 석탄발전 사업의 총 금융 주선액은 3조8022억원으로 수수료는 249억원 규모다.
산업은행이 GCF 이행기구로 선정된 지 3년이 다 돼가는 지금 GCF 프로젝트를 실행한 건수는 한건도 없는 상황에서 화력발전소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수익성 위주의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GCF의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사라진 녹색기후금융] 산업銀 'GCF 간판' 내걸고 사업은 0건...국내 첫 이행기구 타이틀 '무색'
산업은행의 경우 해외에서는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현재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 화력발전소 대한 대출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어 ‘이중 행보’에 대한 국제단체의 비난을 맞기도 한다. 환경분야 한 전문가는 "한 부서에서 GCF 얘기를 해도, 다른 PF부서에서는 단기 실적을 위해 고액의 발전사업을 주선하려고 하는 칸막이가 산업은행에 존재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GCF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후금융과 석탄금융 투자에 대한 역할이 여전히 혼재돼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 산업銀 "화석연료 대출·기후금융 '목표 없다'"...책임 없는 'GCF 인증기구' 무용지물
실제 산업은행이 지난 2월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화석연료에 대한 대출, PF와 관련한 기후금융에 대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고 답했다.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별도로 추산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GCF 인증기구란 이름이 무색하게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정부의 친환경 정책기조나 세계적인 추세에 맞게 석탄산업과 같은 수익성을 좇는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줄여야 하지만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산업은행이 공공성을 표방하는 국책은행으로서 일반은행보다도 더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장은 "지난해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이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사실상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가 많았던 금융기관들이 나서야 효과가 있다"며 "산업은행과 같은 공적 금융기관 내 책임위원회 등 독립위원회를 두는 등으로 녹색금융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책은행으로서 친환경·재생에너지 기업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산업은행이 기후금융포럼을 열고 국내기업 사업개발 등을 논의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지원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은 2017년 3억달러 규모의 그린본드와 지난해 3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GCF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고, 산업은행의 현재 구조가 기후변화에만 집중해 전문적으로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어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GCF 사업을 성공시키고 팀을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로 가기 위해 책임의식을 가지고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도 녹색금융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인 보완과 함께 녹색금융전문기관을 만드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이유민·허재영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