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깊어지는 수도권 분양 침체, 청약 불패 서울로 확산 조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12 18:53

남양주·검단, 인근 3기 신도시 지정 영향에 미분양 속출
서울 청약 경쟁률 높은 인기단지서도 미계약 물량 늘어
후속 분양 예정 단지들 긴장 속 ‘사전 무순위 청약’ 등 대책 부심

▲(사진=연합)


서울·수도권 아파트 신규 분양 시장이 위기에 몰렸다. 경기 남양주, 인천 검단 등 수도권 지역 신규 분양시장에 인근 3기 신도시 지정 여파가 본격적으로 몰아쳤다.

대형 브랜드, 대단지 중소형 중심 분양이라도 침체의 깊은 골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분양가를 하향 조정하거나 선택 품목 및 주거전용 면적 제공 등 무상 서비스를 늘려도 소용 없다.

청약 불패 지역으로 꼽힌 서울도 그 태풍권에서 안심할 수 없다.

역세권이나 도심 등 비교적 좋다는 평가를 받는 입지조차 연초부터 미계약 또는 미분양 물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시장이 청약 미달과 미계약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남양주, 대형 브랜드 대단지에 분양가 하향조정도 청약 실적 저조

▲견본주택에서 상담받는 방문객들 (사진=오세영 기자)


금융결제원 청약사이트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이 지난 11일 ‘남양주 더샵 퍼스트시티’의 순위별 청약 신청 마감 결과 총 1045가구 모집에 신청 접수된 청약 통장이 807개에 그쳤다. 주택형 6개 가운데 전용면적 75A형(1.00대 1), 84A형(1.78대 1) 등 2개가 모집자를 겨우 채웠고 나머지 4개는 모두 미달됐다.

이 단지는 1000가구 넘는 대단지 대형 브랜드에 중소형 위주로 구성됐다는 점,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점, 남양주 진접에서 10년 만에 나온 신규 분양아파트란 점 등으로 수도권 분양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단지는 전용면적 59∼84㎡로 조성된다. 3.3㎡당 분양가는 817만원에서 926만원으로 지난해 남양주의 평균 분양가인 1189만원에 비해 저렴한 수준이다.

수요도가 높은 중소형 주택형 위주로 구성됐다는 점과 해당 지역 평균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청약 결과를 보인 것.

특히 포스코건설은 이 단지 분양을 앞두고 ‘아이큐텍’(AiQ TECH)이란 브랜드까지 개발, 이 단지 시공에 이 브랜드 스마트 기술을 처음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업계 관계자 A는 이를 두고 "3기 신도시가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단지가 들어서는 남양주시 일대에는 3기 신도시인 왕숙지구 개발이 예고돼 있다.


◇ 검단신도시 역시 각종 무상 제공에도 청약 미달 탈출에 '역부족'


3기 신도시 영향으로 수도권 분양 시장이 위기를 맞은 대표 지역은 2기 신도시인 검단신도시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3기 신도시에는 인천시 계양구가 포함됐다.

인천시 계양구는 검단신도시와 직선거리로 불과 5㎞ 떨어졌다.

그러나 검단신도시에 비해 계양구가 교통이나 지리적 요건이 우수하고 서울과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 B는 "검단신도시의 경우 계양구와 가깝고 같은 신도시로 수요가 겹쳐 3기 신도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검단 신도시에서 분양에 나선 단지들은 모두 저조한 청약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1월 동시 분양에 나선 ‘검단신도시 우미린 더퍼스트’와 ‘검단신도시 한신더휴’는 각각 2.37대 1, 0.94대 1에 그치며 첫 미달이 났다.

이후 분양된 대우건설의 ‘검단 센트럴푸르지오 역시 0.8대 1’에 그쳤다.

대방건설은 1274가구 모집에 통상 선택 품목으로 분류되는 시스템 에어컨, 중문 등과 함께 주택형별로 주거 전용 면적 6∼12㎡를 서비스로 무상 제공했다.

또 실질적인 분양가를 같은 신도시 분양 아파트에 비해 최저 2000만원 정도 낮췄지만 청약 성적이 낮았다.


◇ 청약 불패 지역 서울서도 미분양에 미계약 물량 속출 심상치 않아 

서울지역 신규 분양시장도 최근 심상치 않다.

연초부터 1순위에서 높은 경쟁률로 청약 마감된 인기 신규 분양단지에서도 미계약 물량이 발생했다.

분양 때마다 대박을 터트렸던 역세권 단지조차 최근 시장 분위기를 이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효성중공업이 지난 2월 서대문구에서 분양한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419가구를 일반분양한 결과 41%인 174가구가 미계약됐다.

이 단지는 분양 당시 평균 11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분양가격도 9억원을 넘지 않아 중도금 대출 대상에서 제외됐다.

효성중공업이 노원구에서 분양한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도 전체 일반분양 560가구의 11%인 62가구가 미계약됐다.

분양가도 3.3㎡당 평균 1989만원이다. 84㎡ 기준으로 볼 때 분양가가 9억원을 넘지 않아 중도금 대출도 가능한 단지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분양된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가 전 주택형 10억원 넘는 고분양가 논란 끝에 서울지역에서 이례적으로 미분양이 발생했다.

같은 달 분양된 대림산업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는 최고 청약경쟁률 280대 1을 기록했지만 일반물량 403가구의 15%인 60가구가 미계약됐다. 

단지는 도심권에 위치해 직주근접성과 교통 환경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미계약분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 C는 "서울지역 미계약분 발생이 당초 지난해 말 청약제도 개편과 분양가 9억원 초과 중도금 대출 금지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그러나 최근 미계약 물량이 크고 점차 늘어날 뿐만 아니라 청약 경쟁률이 높았고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분양가 9억원 이하 인기 단지에서도 미계약 물량이 속출하면서 서울 신규 분양시장조차 수렁으로 빠져드는 전조가 아닌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 서울·수도권 신규 분양 앞둔 단지 위기감 속에 대책 마련 부심 

서울·수도권 분양시장에 한파가 맹위를 떨치면서 이 지역에서 신규 분양을 앞둔 단지들은 위기감 속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장 서울 청량리역에서 주상복합 ‘롯데캐슬SKY-L65’ 분양을 앞둔 롯데건설은 최근 미계약분 속출에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앞서 인근에서 분양한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 및 ‘한양 수자인 192’가 높은 청약 인기를 보고 느긋했던 얼마 전 표정과는 사뭇 다르다.

청약경쟁률 77대 1로 눈길을 끈 ‘힐스테이트 북위례’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미계약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한양 수자인 192는 최근 순위별 청약에 앞서 사전 무순위 청약 신청을 받았다.

조만간 분양에 나설 예정인 서초구 방배동 그랑자이도 강남권 분양단지임에도 미계약분 발생에 대비해 사전 무순위 청약 신청을 접수키로 했다.

‘힐스테이트 북위례’의 청약 경쟁률은 최근 수도권 분양시장 분위기로 봐 기록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1월 인근에서 분양한 ‘북위례 포레 자이’의 경쟁률 130대 1에 비해면 반토막에 가깝다.

이에 따라 같은 북위례지역에서 후속 분양을 준비 중인 우미건설, 계룡건설, 중흥건설 등은 최근 분양시장 분위기를 외면할 수 없는 입장이다.

분양 위기를 겪고 있는 검단신도시 사정은 더욱 심각한 모양새다.

이곳에서 앞으로 줄줄이 분양계획을 잡아놓은 단지들은 불안함을 떨칠 수 없는 형편이다.

다음달 금성백조주택이 ‘검단신도시 예미지트리플에듀’ 1249가구, 동양건설산업이 ‘검단 파라곤1차’ 887가구를 선보인다. 하반기에는 ‘검단신도시 대방노블랜드2차’ 1417가구와 ‘검단신도시 모아미래도’ 711가구 등이 분양될 예정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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