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기획]봄향기가 피어나고 선조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우리네 옛길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15 12:31
[에너지경제신문 이석희 기자] 뒤늦게 찾아온 꽃샘추위도 물러났다. 온 산하가 초록으로 물들고 그 초록 사이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정말 맘껏 우리 산하를 돌아다닐 수 있는 적기다. 한국관광공사는 봄철 날씨에 딱맞는 여행지를 추천했다. 봄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걷기여행길이다. 조선시대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한성과 강릉을 오갔던 대관령 옛길도 있고, 우리나라 최초의 고개길인 충주 하늘재길, 구비구비 이어진 산길을 넘어가던 선비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 죽령 옛길까지…. 꽃구경뿐만 아니라 할머니가 들려줄 법한 곰삭은 이야기가 담긴 그런 길들이다.

문경새재길 제1관문 주흘관

▲문경새재길 제1관문 주흘관.

#문경새재길

문경새재길은 옛날 영남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기위해서는 꼭 넘어야 할 고개였다. 대한민국 곳곳에는 아름다운 길이 수없이 많다. 한국관광공사가 전국에 숨겨진 곳곳의 명소들을 널리 알리기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을 선정한 적이 있다. 이 길이 영예로운 1위를 차지했었다.

봄·여름·가을·겨울 언제 찾아가도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길이 문경새재길이다. 비록 길은 소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유는 단순 볼거리가 아닌 우리네 역사가 있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어서다.
문경새재길 제2관문 조곡관

▲문경새재길 제2관문 조곡관.

게다가 문경새재길에는 세 개의 관문 관리들에게 숙식을 제공했던 흔적인 조원령터가 남아 있고 길 너머 충북 괴산 연풍에서 소조령까지의 산새길은 이제부터 온갖 봄꽃이 만발한다. 이제 서서히 겨울잠에서 깨어나 20m 절벽 아래로 물을 토해내고 있는 수옥 폭포의 모습도 아름답다.

옛길 박물관에서 시작해 제1관문~ 제2관문 ~ 제3관문(문경새재 도립공원)~ 조령산자연휴양림~고사리마을로 이어지는 8.9km의 길은 누구나 부담 없이 걷기 좋은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약 3시간 20분이걸린다.

문경새재길 인근에는 볼거리도 많다. 드라마 태조 왕건 등 여러 사극을 찍은 KBS 촬영장과 예길 박물관, 문경새재도립공원 입구, 조령산자연휴양림 등이 있다.

대관령길.

▲대관령옛길의 신사임당 시가 적힌 안내문.

#대관령옛길

지난 주 계절을 잊은 폭설 덕분에 강원도 산자락은 눈으로 뒤덮여 색다른 풍경을 자아냈다. 그곳에 대관령 옛길이 있다. 강릉 대관령 고개를 따라 이어진 대관령옛길은 선조들의 삶과 애환이 담겨있는 길이다.

영동과 영서의 관문역할을 하던 이 길은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한양과 강릉을 오가던 길이다.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의 영감을 받았던 길이고 김홍도가 풍경에 취해 산수화를 그리던 유서 깊은 옛길이다. 역사적 위인들의 숨결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데 백두대간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태백산맥의 아름다운 자연까지 품으며 걸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대관령 하행휴게소에서 출발하여 옛주막터를 지나 바우길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는 비순환형 14.3km의 길인데 약 6시간 걸린다. 대관령이라는 고개를 넘어야하는 길이고 봄이라고 하지만 해발이 1000m에 가까운 탓에 날씨 변화가 잦다. 겨울 채비를 하고 걷는 것이 좋다.

코스 중간 중간에 볼거리도 많다.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강릉 단오의 첫 제례가 열리는 대관령 산신각과 대관령국사성황당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촌장제가 유지되는 촌장마을과 오죽헌,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의 저자인 강릉 김씨 김시습을 기념하기 위한 매월당기념관 등이 있다.

연아 닮은 소나무

▲하늘재길의 연아 닮은 소나무.

#풍경길 하늘재길

이 길은 충북 충주와 영남의 관문인 문경을 잇는 옛 길이다.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서기 156년 신라 아달라왕이 신라가 소백산맥 이북까지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기록에 나오는 길이라고 한다. 영남과 서울을 잇는 죽령보다 2년이 빠르고 문경새재길 보다는 무려 1000년이 더 일찍 만들어진 길이다.
해발 525m에 세워진 백두대간 하늘재 정상석

▲하늘재 정상석.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의 사연이 얽힌 길이기도 하다. 마의태자는 신라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의 아들이고 덕주공주는 첫째 딸이다. 왕건이 신라를 합병하면서 덕주공주를 덕주사에, 마의태자를 충주의 미륵사에 감금을 했다. 이렇게 떨어져 살게 된 남매는 서로를 그리워하며 덕주공주는 마애불을, 마의태자는 미륵불을 조각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1900년이 넘는 역사를 품은 이 길이 잘 보존되어 지금은 우리에게 숲길을 따라 걷는 힐링 산책로가 되었다. 길은 충주 미륵대원지에서 미륵리 원터∼미륵대원지 삼층석탑과 미완성 불두∼연아닯은 소나무∼하늘재 정상석까지 왕복 4.1km의 순환형 코스로 백두대간 고갯길 중 가장 나지막하고 난이도가 쉬운 길이다. 쉬엄쉬엄 걸어도 2시간이면 된다.

죽령옛길에서 볼 수 있는 소백산맥 절경

▲죽령 옛길에서 본 소백산맥.

#소백산 죽령 옛길

죽령 옛길은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길로 우리 선조들의 삶의 애환 그리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예로부터 한양과 경상도를 잇는 최단 경로로 알려져 사람들이 힘들고 호랑이에 잡혀 먹히는 위험해도 이 험한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과거를 보기 위해 상경하는 선비, 봇짐과 행상을 차고 힘들게 걷는 보부상, 고을에 부임하는 관리 등 다양한 사람들이 걸음을 재촉하며 숨 가쁘게 걸었던 길이다. 이 길엔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죽령 옛길에서 만날 수 있는 희방사에는 ‘은혜 갚은 호랑이’ 전설이 있다. 1300여 년 전 신라시대 두운 스님이 소백산 중턱에 초막을 짓고 수도를 하고 있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호랑이 한 마리가 입을 크게 벌리고 무엇을 호소하는 듯하여 보니 목구멍에 커다란 은비녀가 걸려 있었다. 이를 본 스님은 크게 꾸짖으며 비녀를 빼주고 "두 번 다시 인간을 해치지 말라"고 타일렀다고 한다. 며칠 후 이 호랑이는 목숨을 살려준 은혜를 갚기 위해 처녀를 데리고 왔고 이 처녀의 아버지는 그 고마움을 갚기 위해 희방사를 지어주었다는 것이다.

희방사역을 시작으로 소백산 자락을 따라 죽령마루를 넘어 단양까지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며 소백산맥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옛길의 흔적이 남아있는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경북 구간은 숲길, 충북 구간은 마을길이 중심이 되는 길이다. 11.4km로 난이도는 보통이며 약 3시간 30분 걸린다.

장성새재길 내내 만날 수 있는 울창한 계곡

▲장성새재길 내내 만날 수 있는 울창한 계곡.



#장성새재길

전남 장성에서 전북 정읍으로 가고자 할 때 넘어야 하는 대표적인 옛 고개이다. 장성군 북하면 신성리와 정읍시 신정동을 이어주는 장성새재는 험준한 백암산(741m)과 입암산(626m)사이에 절묘하게 숨어 있다.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달도 숨어 안 보일 정도로 깊은 고개란 뜻으로 월은치(月隱峙)라고 적혀 있다. 예전에는 과거를 보러 가던 호남 선비들이 장원의 꿈을 안고 고개를 넘었고, 한때는 군사작전도로로 이용됐다. 지금은 내장산국립공원 안에 포함되어 비교적 원형이 잘 남아 있다. 울창한 계곡을 끼고 있어 풍경이 수려하고, 길이 유순해 가족이 함께 걷기 좋다.

남창탐방지원센터~새재화장실~장성새재 갈림길~장성새재 고갯마루~입암공원지킴터까지 약 5km인데 길은 쉬어서 2시간이면 걸을 수 있다.
장성새재길로 가는 관문인 입암산성 탐방로

▲장성새재길 관문인 입암산성 탐방로.

이석희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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