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부산시 기장군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3층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국회, 지자체, 관련기업, 유관기관 등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원전해체연구소 MOU 체결식’이 개최됐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라 국내 첫 원전해체연구소(이하 원해연)가 원전밀집 지역인 동남권의 부산·울산, 경주에 2021년 하반기까지 들어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국내 최초의 원전 해체 대상지인 고리 1호기 현장에서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원전해체연구소는 설계수명 만료로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의 안전한 해체를 돕고 국내외 원전해체시장의 성장에 미리 대비하는 핵심 인프라로 구축될 예정이다. 원전해체연구소는 원자로 형태 및 폐기물 종류에서 중수로와 경수로가 서로 다른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2곳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부산·울산 접경지역인 고리원전 안에 들어서는 원전해체연구소는 경수로 분야이고, 경주 감포읍 일원에 설치되는 것은 규모가 작은 중수로해체기술원이다. 국내 원전 30기 가운데 26기가 경수로이고 나머지 4기가 중수로다.
원전해체연구소는 무엇보다 원전의 해체 방법과 핵심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관련 산업을 주도하게 된다. 국내 24기 원전 중 12기는 2030년 안에 수명이 만료된다. 원전해체연구소는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동남권 설치를 약속하면서 부산과 울산, 경북 경주시가 유치경쟁을 벌여왔다. 특히 경수로해체연구소의 해당 부지는 울주군 서생면과 기장군 장안읍에 걸쳐 있어 2017년 6월 영구 정지된 고리1호기와 가깝고 원전해체 연구를 위한 산학연 인프라가 잘 갖춰졌다고 평가도 받고 있다.
특히 이 3곳은 나름의 계산법으로 이번 원전해체연구소 유치를 계기로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원해연은 2021년 하반기 문을 여는 것이 목표인데 산업부는 고리 1호기 등 원전해체를 사전 준비할 수 있게 다음 달 설립준비단을 출범, 연구소 역할 일부를 조기에 수행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원전해체연구소의 사업비는 24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이 1200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국비 480억원, 지방비 480억원, 민간자본 240억 등을 투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원전해체에 필요한 핵심 기반 기술 가운데 국내에서는 17개 기술만 확보한 상황이다. 제염, 폐기물 처리, 환경복원 분야에 걸쳐 21개 기술은 미확보상태다. 원전해체연구소는 관련 기업체와 대학, 연구소 등과 함께 미확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해체작업에 적용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유치 결과에 지역별로 다소 희비가 엇갈렸다. 부산시와 울산시는 원전해체연구소가 설립되면 지역에 있는 방사선 측정 관리, 제염기술 등 연관 분야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며 비교적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내 원전의 절반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경북도와 경주시는 국내 원전 산업을 주도하기로 했으나 차질이 생겼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원전해체연구소와 원전해체기술원은 순수 연구기관이며 일자리가 형성되는 곳은 원전 소재 지역이기 때문에 원전 14기가 있는 경북은 8조4000억 원(철거 비용)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는다"고 말했다. 반면 단독유치를 희망했던 기장군 원전해체연구소 범군민 유치위원회 소속 고리원전 인근 주민 300여 명은 고리원전본부 앞에서 공동 유치 반대 성명서 발표 등 집회를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