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트럼프 행정부, ‘이란산 원유 제재 연장’ 결정 딜레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16 14:16

트럼프 행정부, 내달 3일 이란산 원유 예외조치 결정 놓고 논쟁
이란 제재 강화시 중국 관계 악화 우려...유가급등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관련 예외조치 연장 결정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이란을 대상으로 더 큰 경제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는 예외조치를 연장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만일 예외조치를 연장하지 않으면 세계 원유시장이 흔들리면서 유가가 급등하고 중국, 인도 등 주변국과도 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다음달 3일까지 한시적 예외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두고 격렬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느냐, 유가를 잡느냐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5일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 전면 복원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포함, 중국,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대만, 터키 등 8개국에 대해 한시적 예외를 인정했다.

미국은 당시 6개월(180일)을 한시적 예외조치 시한으로 정하면서 실질적 감축 상황 등을 판단해 180일마다 갱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데드라인인 다음달 3일까지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각각 중동과 라틴아메리카 불안을 위협한다며 중국, 인도 등을 압박해 이들 국가에서 난 원유 수입을 중단하거나 급격히 감축하도록 압박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8개국에 대한 예외조치를 인정하지 않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한층 더 강화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유가가 오를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과 맞닿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달러, 저물가, 저유가로 인해 기업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에도 트위터에 "OPEC이 원유공급을 늘리는 게 매우 중요하다. 전 세계 시장은 취약하고 유가는 너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가 이끄는 비회원국이 감산 조치를 이어가면서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제재 조치 연장 결정과 관련해 8개국과의 관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8개국 중 대만, 그리스, 이탈리아는 면제권을 아예 쓰지 않고 이란산 원유를 전혀 수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NYT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는 에너지 수요가 큰 나라로 이란산 원유를 대폭 감축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다. 일본과 한국, 터키도 마찬가지다.

특히 중국이 가장 큰 난제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을 대상으로 제재 조치를 연장하지 않으면 관계가 악화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무역협상은 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협조를 얻는 데도 위험이 된다. 이 두 가지 모두 트럼프 외교 정책의 핵심이다.

인도는 이란은 물론이고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주요 고객이다.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제재하는 사이 인도는 할인된 가격에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수입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채무를 변제해주는 조건으로 원유를 들여왔다.

즉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세계 원유시장을 흔들지 않는 수준, 나아가 중국·인도와의 관계를 악화하지 않고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을 끌어올리지 않는 수준에서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브렌트유 근월물 가격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 미국이 이란 핵 합의 탈퇴를 천명한 지난해 5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캐피털 마케츠 상품전략 책임자는 "휘발유 가격을 낮게 유지하고 싶다면, 베네수엘라·이란산 원유에 최대한 압력을 가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각종 제재를 발동했음에도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점도 딜레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이란을 대상으로 더 큰 경제적 압박을 가할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미국 내에서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이란산 원유 수입의 예외를 두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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