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대교 개통, 작지만 아름다운 소무의도의 풍경 그리울듯
[에너지경제신문 이석희 기자] 인천 영종도 앞에는 섬이 하나 있다. 무의도이다.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찾아가기는 좀 불편하다. 바로 코앞이지만 바다가 가로막고 있어서다. 물론 바다 덕분에 배를 타고 건너면서 갈매기에 새우깡을 주는 재미가 있긴 하다. 이 무의도가 이제 섬이 아니라 육지가 된다. 오는 30일 영종도와 무의도를 잇는 무의대교가 임시개통하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무시로 들어갈 수 있는 섬, 아니 육지가 되는 것이다. 하나 배를 타고 드나들어야 하기에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던 조용한 섬이었지만 이제 그 고즈넉한 분위기 사라질 것 같다.▲소무의도에서 바라본 무의도. |
무의도는 두개의 섬으로 되어 있다. 무의도와 무의도와 인도교로 연결된, 이름 그대로 아주 작은 소무의도이다. 무의도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 ‘칼잡이 오수정’ ‘꽃보다 남자’ 등 많은 드라마를 촬영해서이다. 또 영화 ‘실미도’의 배경이 됐던 실미 유원지도 무의도에 있고 전국 20대 우수 해수욕장으로 선정된 하나개해수욕장도 있다. 해수욕장이 많은 덕분에 무의도는 주로 여름에, 소무의도는 사시사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달려 영종도를 거쳐 방파제로 연결된 잠진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차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산악회 회원을 실은 관광버스도 있었고 노선번호가 없는 소형버스도 보였다. 다들 무의도로 들어가는 배를 기다리는 차들이었다. 선착장에서 본 무의도는 그야말로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배로 5분도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였다.
▲오는 30일 개통예정인 무의대교. |
무의도는 옛날 어부들이 짙은 안개를 뚫고 근처를 지나가다 섬을 바라봤는데 마치 섬이 ‘말을 탄 장군이 옷깃을 휘날리며 달리는 모습’ 같기도 하고 ‘선녀가 춤추는 모습’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잠진도와 무의도를 연결해주던 도선. 30일 운항을 멈춘다. |
무의도 선착장에 내려 곧장 소무의도로 들어갔다.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으며 섬 한바퀴를 걷기 위해서다. 선착장에서 차로 10분 정도 달리니 광명항이 나왔다. 무의도 끄트머리에 있는 조그마한 항구이다. 물이 빠지면 항구의 역할을 상실하는 아주 조그마한 포구였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배를 타고 소무의도로 들어가야 했지만 지난 2011년 인도교가 두 섬을 연결한 덕분에 걸어들어 갈 수 있게 됐다.
주민들의 차만 들어갈 수 있기에 광명항에 차를 두고 소무의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명항에서 바라본 소무의도는 조그만했지만 아름다웠다. 마치 갯벌 사이로 깨끗한 섬 하나가 살포시 내려앉아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섬이었다.
소무의도엔 300여 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박동기씨가 딸 3명을 데리고 들어와 개척한 뒤에 기계 유씨 청년을 데릴사위로 삼으면서 섬은 유씨 집성촌이 됐다고 한다. 면적은 1.22㎢며 해안선의 길이는 2.5㎞밖에 되지 않는다. 찬찬히 둘러보면서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두어 시간이면 충분했다.
무의바다누리길의 시작점은 인도교부터다. 414m의 인도교를 건너가면 옴폭하게 들어간 포구에 마을이 있다. 섬의 서쪽에 있다고 해서 서쪽마을이란다.
서쪽마을 앞을 따라 떼무리선착장으로 향했다. 떼무리. 독특한 이름이다. 1910년께 간행된 지형도에는 췌무리로 적혀 있지만, 조선시대엔 떼무리로 불렸다고 한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본섬(무의도)에서 떨어져 나가 생긴 섬’ 등 여러 설이 있지만 다들 추측만 할 뿐이다.
떼무리선착장에서 전망데크까지 이어진 3구간, ‘부처깨미길’은 나무데크가 깔려 있어 걷기 편안하다. 약 5분만에 전망데크에 오르니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용유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인천대교와 송도 신도시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명사의 해변길에서 만난 조각상. |
8개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길은 5구간이다. ‘몽여해변길’인데 활처럼 휘어진 몽여해수욕장이 있어서다. 이 조용한 해수욕장은 아마도 올 여름에는 무의대교를 건너온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일 듯 하다.
몽여해변길을 걷다 보면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다. ‘섬 이야기 박물관’이다. 인천 앞바다에 있는 여러 섬에 관한 이야기를 가득 품은 박물관이다. 박물관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바로 백범 김구 선생과 관련된 이야기다.
원래 소무의도는 작지만 다양한 어업으로 돈이 많았다고 한다. 섬 주민들은 이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순사들의 눈을 피해 독립 자금을 많이 지원했다고 한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 것’이다. 그래서 김구 선생이 귀국 후 이 작은 섬을 찾아 시국 강연회를 열었다고 한다. 1946년 11월께 일이다. 바쁜 일정을 쪼개서 김구 선생이 이 섬까지 찾아 왔던 것은 아마도 독립을 향한 섬 주민들의 열정에 대한 답례가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6구간은 ‘명사의 해변길’이다. 명사, 유명한 사람은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이 가족들과 함께 이 섬을 찾아 거닐며 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고즈넉한 해변이 바로 ‘명사의 해변길’이다.
▲소무의도에서 바라본 인천공항. |
▲해무사이로 보이는 인천대교와 송도 신도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