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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주택이 지난 4일 발생한 산불로 일부 소실된 모습. 밝은 봄 꽃과 대조를 이룬다. 사진=이종무 기자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산불로 피해를 입은 분들이 많아 같은 지역 주민으로써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평일에도 관광객으로 북적인 동네였는데 이번 대형 산불로 시 전체 분위기가 뒤숭숭해요."

지난 4일 강원도 고성·속초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 보름째인 18일 오후 1시 속초시 노학동 학사평 순두부촌. 평일에도 설악산을 찾는 관광객들로 붐비던 곳이다. 10년 이상 이 마을 순두부 전문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 씨는 "평화롭던 속초가 ‘불’벼락을 맞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학사평 순두부촌은 설악산 울산바위 아래에 있어 경관이 수려한 지역으로 인근에 대명리조트, 한화리조트 등 콘도와 리조트가 밀집해 있다. 특히 산불이 처음 발생된 지점으로 추정되는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와는 작은 고개 하나를 두고 지척이다.

◇ 추가 피해 우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가 지난 4일 발생한 산불로 잿빛으로 변했다. 사진=이종무 기자


고성·속초 지역에선 이날에도 강풍주의보와 건조 경보가 발령되는 등 강한 바람이 이어졌다. 특히 고성 원암리 일대는 소형차가 흔들릴 정도로 ‘태풍급’ 위력이었다. 강원도 측도 이날 오후 1시 13분께 긴급 안전 문자를 보내 "동해안 강풍으로 산불과 안전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원암리 일대는 온통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말 그대로 마을 하나가 쑥대밭이 된 모습이다. 매캐한 탄 냄새가 여전히 수십 미터 거리에서도 진동했다. 봄에 푸른 잎을 내밀어야 할 인근 야산은 모두 불 타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현장은 아수라장인 채로 방치돼 있었다. 민가까지 옮겨 붙은 불로 주택과 축사는 폭격을 맞은 것처럼 뼈대만 남아 위태로워 보였다. 추가 안전 사고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날 이 지역엔 구호 물품을 나르는 트럭과 자원봉사자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고성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고성군에서만 411세대 96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고성군 측은 이날 "피해 농가를 위해 육묘 지원, 밭 농작업 대행, 농기계 수리 점검, 이양기 배치 등 영농철을 앞두고 발생한 산불에 긴급 지원이 이뤄지도록 행정력을 집중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 경제 위축 심각

강원도 속초시 노학동 ‘학사평 순두부촌’ 마을이 점심 시간인데도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이종무 기자


산불은 주요 관광지가 위치한 도심지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피해는 지역 관광 산업으로까지 번졌다. 산불로 예정된 각종 축제와 스포츠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 경기에 지역 경제마저 잔뜩 위축된 분위기다.

이날 닭강정으로 유명한 속초 중앙시장, 갯배로 잘 알려진 아바이마을, 대포항 등 속초 대표 관광지에서도 오가는 사람을 보기는 힘들었다. 인적이 끊긴 거리는 쓸쓸함과 적막감을 더했다. 특히 주말이면 관광객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이 밀려들어 북새통을 이루는 속초 중앙시장은 지난 주말 손님 한 사람 받지 못한 점포들로 수두룩했다는 전언이다.

속초시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중앙시장 방문객이 평소 수준의 5분의 1로 줄었다"면서 "화재로 인해 망연자실하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정부의 지원 사업이라는 게 대출 밖에 없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결국 죽으라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7일 속초에서 ‘산불 피해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산불로 직접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줄어든 관광객으로 타격을 입은 현지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였다. 간담회에서 만난 이철 속초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산불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지역 경제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동해안 대표적 관광지인 강릉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안목 해변의 카페거리와 최근 유명해진 꼬막거리에 방문객이 줄었다. 강릉 꼬막거리에 있는 한 꼬막 전문 음식점은 평일 매출이 40∼70% 가까이 급감했다. 강릉은 이번 산불로 옥계면 일부가 피해를 입었다.

‘강릉 꼬막집 독도네’ 박종혁 사장은 "꼬막이 계절 영향을 받는 메뉴이긴 하지만 평일 하루 평균 매출이 500만 원 정도로 손님은 끊이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산불 발생 직후 160만 원 정도로 급감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다소 매출이 돌아섰지만 300만 원선 정도"라면서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들 피해 지역 소상공인들은 관광객들이 방문해주는 것이 피해 주민에게 큰 위로가 된다고 입을 모아 호소한다. 이극상 강릉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지역을 적극 방문해주시길 바란다"며 "많이 방문해주시면 다시 한 번 새로운 힘을 갖고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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