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냈다 다시 주워 담은 '리디노미네이션'?…홍남기·이주열 "계획없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18 17:01

‘1000원을 1원으로’ 화폐단위 변경 논란 일자 서둘러 진화
정치권에서는 예정대로 토론회 개최 찬반 계속 시끌


홍남기 이주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제공=연합)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을 두고 18일 동시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주열 총재가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론화 분위기가 일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내달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 당분간 리디노미네이션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홍남기 부총리와 이주열 총재는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추진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파주시에 있는 노후 경유차·건설기계 엔진교체 전문 제조업체를 찾은 뒤 기자들을 만나 "정부는 리디노미네이션을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리디노미네이션은 사회적 충격도 크고 국민적 공감대와 사전 연구도 필요한 사안이다"라며 "정부가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입장에서 지금 논의할 단계가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주열 총재도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생각하지 않고 있고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서는 "질문이 나왔던 만큼 원론적으로 대답했던 것이다"라며 "리디노미네이션이 기대효과도 있지만 부작용도 많아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엄중한 경기 현실을 고려할 때 리디노미네이션보다 우리 경제 활력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 집중해야 할 일이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앞서 이달 1일 열린 출입기자 오찬간담회에서도 "리디노미네이션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한 국가에서 사용하는 은행권과 주화에 대한 실질 가치를 그대로 두고, 액면가를 같은 비율로 낮추거나 화폐의 호칭을 새로운 통화단위로 변경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1000원을 1원으로 바꾸는 방식 등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지금까지 두차례 있었다. 1953년 6·25한국전쟁 이후 물가가 크게 오르자 100원을 1환으로 바꿨다. 1962년엔 지하경제 양성화를 취지로 10환을 지금의 1원으로 변경했다. 이후 가끔 거론되다가 2004년께 노무현 정부 때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부작용을 우려한 정부 부처의 반발이 커지자 논의가 중단됐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은 최근 정치권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내달 13일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한다’란 주제로 국회에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원욱 의원실 관계자는 "2004년께 공론화된 이후에는 리디노미네이션이 흐지부지 되고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었다"며 "당장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라기 보다는 의제화가 될 때가 됐다는 인식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 건지 논의를 하기 위해 토론회를 연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리디노미네이션 추진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이와 별개로 토론회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은 분분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실제 시중에서 4500원을 4.5 등으로 스스로 리디노미네이션을 하고 있다"며 "이미 시장에서는 자체적으로 리디노미네이션이 시작됐는데 정작 정책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리디노미네이션을 위해 화폐 변경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물가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많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두 경제 수장이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액션을 보였지만, 오히려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군불 때기가 된 셈이라 논의의 불씨는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심기준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가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 아니라 도입과 관련해 장단점을 명확히 분석하고,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하자는 뜻에서 진행하는 것이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학계, 연구원, 전문가 그룹 단위 등이 모여 찬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0.1%포인트 내렸다. 올 들어 지난 1월에 이어 두번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주열 총재는 "1분기 중 수출과 투자 흐름이 예상보다 당초 부진한 점을 반영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며 "향후에는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는 연 1.75%로 이날 또다시 동결됐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기존 1.5%에서 0.25%포인트 오른 뒤 현재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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