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불황기 주목할 부동산시장 트렌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21 09:19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저성장 시대와 함께 들이닥친 경기불황이 장기화로 이어지면서 부동산시장 역시 공실 증가와 임대수익률 저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 외곽, 심지어 과거에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서울의 명동이나 종로, 대학로 같은 도심지 한복판에도 ‘임대문의’라는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을 정도다. 더욱이 국내외 경기추이를 감안할 시 단기간 내 회복이 요원한 만큼 건물주가 임차인의 눈치를 살펴봐야하는 상황은 좀 더 길어질 전망이다. 경기불황이 공실 증가 및 임대수익률 저하라는 형태로 부동산시장에 위기감을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예외는 있는 법이다. 이와 관련 최근 주목받고 있는 2가지 형태의 부동산시장 트렌드, 즉 키테넌트(Key Tenant)와 부동산공유서비스에 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상가(상가빌딩 포함) 임대시장과 밀접한 키테넌트에 관해 살펴보자. 여기서 키테넌트는 대형할인마트나 복합영화관처럼 고객을 끌어들일만한 열쇠가 되는 핵심점포(핵심임차인)를 말하며, 건물 내 또는 인접한 다른 점포들과의 시너지를 이뤄 집객효과를 극대화시키는 파워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가의 경우 비교적 임대관리가 수월하면서 매월 정기적으로 임대료를 받을 수 있어 임대목적의 부동산 투자자에게 인기다. 하지만 경기불황이 장기화되거나 상권이 미약하고 임차인의 영업부진이 이어질 경우 임대료 연체 및 공실발생이 우려된다. 따라서 임대인(건물주)으로서는 우량임차인 확보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키테넌트는 고객흡입력이 강해 불황기에도 끄떡없다. 흔한 말로 경기를 타지 않으니 두말할 필요가 없는 최고의 우량임차인이다. 전통적으로 유명 연예인이나 돈 많은 자산가들이 키테넌트가 임차해 있는 상가를 선호하는 경향도 이와 관련 깊다. 한편 프랜차이즈가 많지 않았던 과거에는 영화관이나 대형할인마트 같은 임차인만이 키테넌트로 인정받았지만, 스타벅스나 롯데리아처럼 국내외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자리한 뒤로는 이들 프랜차이즈 임차인이 전국 도심 곳곳에서 키테넌트로 각광받고 있다.

다음으로 사무실이나 숙박시설 임대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는 부동산공유서비스에 관해 살펴보자.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의 ‘우버택시’로 대표되는 공유경제의 개념이 국내 부동산시장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현재 국내에 자리한 대표적인 부동산공유서비스업체로는 ‘위워크(wework)’와 에어비앤비(airbnb)’가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시작된 위워크는 서울의 경우 강남, 광화문, 종로, 여의도 등 주요 오피스권역 내 입지한 대형빌딩을 장기로 임차해 이용자들에게 단기로 재임대하는 오피스공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점으로는 이용자가 사업규모에 맞춰 유연하게 사무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각종 사무기기가 갖추어져 있으며, 이용자 상호간 커뮤니티활동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피스공유서비스는 이용자가 직접 사무실을 임차해 개업할 때보다 초기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에서 불황기에 강한 부동산상품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지난해 서울 주요 오피스권역 공실률 감소가 위워크 등 오피스공유시장이 확대된 덕분으로 보고 있다.

끝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글로벌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 역시 국내의 경우 도시민박업을 대표하는 인기 부동산상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금은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숙박공유서비스로 제한돼 있지만, 최근 정부가 연 180일 이내에서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관련 법규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숙박공유서비스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서울, 부산 등 외국인 왕래가 잦은 주요 도심의 경우 에어비앤비 등을 통해 숙박공유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오피스텔 소유자(임대인)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컨대 키테넌트와 부동산공유서비스는 불황기일수록 눈여겨봐야 될 부동산시장의 트렌드임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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